李정부 '노동정책 중심' 떠오른 특고·플랫폼…노정관계 훈풍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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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노동정책 중심' 떠오른 특고·플랫폼…노정관계 훈풍 부나

尹정부서 '노동약자지원법' 발의됐지만 노동계 비판
李, 후보시절부터 근로자추정제·최소보수제 등 언급
최저임금위도 "정부가 내년까지 실태조사해야" 권고
노동계 "정부, 특고·플랫폼 최저임금 보장 책임져야"
경영계는 불편한 심기…노사정 갈등은 불가피할 듯

[나이스데이]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등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권리보장이 새 정부의 노동정책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록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2년 연속 무산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법적 보장 강화를 언급한 만큼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반목을 거듭해왔던 노정관계에 훈풍이 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하면서 특고·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권리 강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언급하며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고 마무리까지 책임 있게 지어야 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리고 적용 대상을 넓히는 것이 새 정부가 해야 될 첫 번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로자 아닌 제3지대…李, 후보 시절부터 근로자추정제·최소보수제 등 언급

특고·플랫폼 종사자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등 일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직종을 뜻하며 근로자보다는 '종사자' 등으로 불린다.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를 비롯해 대리운전 기사, 웹툰작가, 학습지 교사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 혹은 외주계약 등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들로 분류된다.

문제는 계약 외관만 위탁일 뿐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근로자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현행 법상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여야만 최저임금 보장, 연차 보장, 해고 제한, 근로시간 규제, 노동조합 결성권 등을 갖기 때문에 사실상 근로자로 일하면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들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을 확대해 법적 보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는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6년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도급제 등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논의가 이뤄졌다.

비록 노사의 이견 차로 인해 당장 적용은 무리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노동계에서는 논의 첫 발을 뗀 데 의의를 뒀다.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올해 최임위에서는 지난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이 실시한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의 임금 관련 실태자료가 제시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의 순수입 기준 시급은 7503원이며 배달 라이더 7606원, 대리운전기사 6979원 등이다. 모두 올해 최저시급인 1만3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올해 최임위 역시 확대 적용이라는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대신 지난 10일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은 "노동계가 준비한 자료에서 우리 위원회는 관련 사례와 사항에 대해 이해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었고, 논의 진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고용노동부가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도급근로자에 대한 적용)의 적용과 관련된 대상, 규모, 수입 및 근로조건 등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 제출해주기를 요청한다"고 권고했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113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도 플랫폼 종사자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국제노동기준 수립'이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계 대표로 총회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9일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올해 총회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의되는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 실현하기' 안건 논의에 앞장서야 한다"며 "모든 노동자가 최저임금, 노동시간 상한, 산업안전보건, 사회보장, 고용보호 등 최소 노동기준을 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노동계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들을 '노동약자'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이 지원법을 만들었지만, 정권 초기부터 노정관계가 반목을 거듭하면서 노동계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배달라이더·택배기사들과 만나 '최소보수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소보수제란 최저임금 수준의 최저 보수는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비록 최종 공약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노동계에서는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하는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터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확대 적용이 무산된 최임위 4차 회의 직후 입장을 내고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정부는 이에 걸맞게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국노총도 "정부가 도급제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경영계 "특고·플랫폼은 근로자 아냐"…노사정 갈등은 불가피

경영계의 반대는 정부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앞서 최임위 사용자위원들은 10일 회의에서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특정 직종 종사자들이 근로자인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최임위의 권한도 역할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현행 최저임금법은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명시하고 있고 근로자성 인정은 개별적·구체적 사실관계를 통해 사용·종속관계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 법원이 확립된 입장"이라며 "개별적·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근로자로 인정된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노동계의 설득력 있는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근로자가 아닌 특고 등 노무제공자에 대한 최저생활 수준 보장은 최저임금법의 범위를 넘어선 문제"라며 "지난해 공익위원 논의 결과처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및 국회 입법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영계가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의 근로자성 확대를 경계하는 이유는 고정비와 연관이 있다. 배달앱 등 플랫폼 기업들은 이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있어, 4대보험을 비롯해 각종 노동관계법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추진을 시사하면서 노사정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