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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내부 기류는 애초 불참에서 긍정 검토로 바뀌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참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막판까지 장고를 하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급거 귀국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가느냐, 안 가느냐를 파악하는 데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우리도 불참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질문에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갈지도 아직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까지 나토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이후 신중론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나토 정상회의에서의 한미 정상회담도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트럼프가 G7에서 조기 귀국해 NSC를 소집하기는 했지만 알려진 것을 토대로 보면 이란을 계속 압박할 뿐 급변하는 움직임은 별로 없다"며 "급거 귀국해야 할 시급성이 있었는지 의문도 제기된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는 양자 회담에서 담판을 짓는 것을 좋아한다"며 "G7, 나토처럼 다자회의를 좋아하지 않는 업무 스타일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G7 등 다자회의에서 중간에 이탈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집권 1기 때도 유럽의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충돌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중간에서 이탈하거나 아예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나토 정상회의가 5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이 대통령도 조만간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대통령실 내부는 12·3 계엄사태 이후 6개월간 멈춰 섰던 '정상 외교'를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G7에 이어 나토 초청에도 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나토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2년부터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국(IP4)을 매년 초청해 왔던 점도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불참하면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로부터 이재명 정부의 대미·대중 외교노선과 관련해 불필요한 의구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토·IP4 정상회의는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알릴 뿐 아니라 방위산업 수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다만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정을 최소화하기는 했지만 정권 초기 G7에 이어 2주 연속 국내를 비우는 데 대한 부담은 물론 실익이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어서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고려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한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 따라 나토 참석도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G7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대통령실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정상회담 방식도 쟁점이다. 내부에서는 관세 협상 등 현안 논의를 내실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자회의인 나토보다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의 행보로 이 대통령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라며 "결국 '국익 중심 실용 외교'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판단해 결정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나토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하면 7월 중 양국 정상회담 진행을 추진할 수도 있다"며 "어떤 방식이 될지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