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공약에 사전지정제 유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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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공약에 사전지정제 유턴할까

與, 독점규제법과 거래공정화법 분리 입법 가닥
'통상 마찰 우려' 독점규제법, 속도 조절 가능성
플랫폼 수수료 상한 규정 거래공정화법은 박차

[나이스데이] 이재명 대통령이 플랫폼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철회했던 사전지정제를 다시 도입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등이 있는 만큼 미국과 충분히 소통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법을 2개 법안으로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온라인플랫폼법은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입점업체를 보호하는 거래공정화법 등 두 가지로 나뉜다.

22대 국회 들어서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거래공정화법 제정안이 총 18개 발의됐는데, 독점규제법과 거래공정화법을 함께 발의한 법안도 5개(오기형·박주민·오세희·이강일·강준현) 발의됐다.

민주당은 최근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을 모은 뒤 독점규제법과 거래공정화법으로 나눠 각각 발의하는 방향으로 정리한 것이다.

독점규제법은 거래공정화법에 비해 쟁점이 남아있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두 법안을 분리해 거래공정화법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독점규제법은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안과 맥을 같이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의 '4대 반(反)경쟁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당시 공정위는 신속한 법안 처리와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별도 법안을 새로 제정하는 대신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지배적 사업자의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최초 플랫폼법 추진 당시 논란이 된 사전지정제도는 빠지고, 사후추정제도가 도입됐다.

사전지정제도는 보다 신속한 사건 처리를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는 제도인데, 업계 반발 등이 거세자 이를 제외한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은 독점규제법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전지정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그 효용이 가치가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기 때문에,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려면 빠른 심사가 필요하다.

사후추정 방식을 택할 경우 점유율 계산을 위한 시장획정 등의 절차가 필요해 사전지정제도를 도입할 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중심으로 플랫폼법이 비관세장벽으로 언급되는 만큼, 통상 마찰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미국에서 플랫폼 독점규제법을 어느 정도의 문제로 보고 있는지, 사전지정제도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등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통상 마찰 우려가 심각할 경우 사후추정으로 선회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보다 신속히 처리하려는 거래공정화법은 플랫폼 내 소위 '갑을' 문제를 다룬다.

민주당의 거래공정화법 제정안은 ▲계약서 교부 의무 ▲계약해지·서비스 제한 및 중지 시 사전 통보 의무 ▲불공정거래행위 기준 마련 ▲판매대금 지급 기한 및 정산대금 보호 ▲중개수수료율 차별 금지 ▲플랫폼 이용 사업자의 단체 구성 및 협의 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부 법안에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율의 상한을 정해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판매대금 지급 기한 및 정산대금 보호를 법제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별도 법 제정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공정위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거래공정화법은 독점규제법과 달리 미국과의 통상 문제도 없고, 수많은 소상공인들과 연관돼 서둘러 입법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법안을 올리려 한다"면서도 "다만 정무위원장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기 때문에 협조가 잘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