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사라지면 끝? 음식만으로 관리?…통풍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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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통증 사라지면 끝? 음식만으로 관리?…통풍 '오해와 진실'

가볍게 여겨 방치하면 전신 합병증 초래
통증 없으면 끝, 음식만으로 관리는 오해

[나이스데이] 무더운 여름철에는 체온이 낮은 발가락 등 말단 관절에 요산(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퓨린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찌꺼기)이 결정 형태로 쌓이면서 발생하는 '통풍'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통풍은 양말조차 신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는 특성 탓에 완치됐다고 오인하기 쉽다. 요산 수치를 낮추려면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많지만, 음식만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여름철 땀 배출이 많아져 수분이 빠르게 손실되면 혈중 요산 농도가 쉽게 높아지게 되는데, 맥주와 같은 퓨린 함량이 높은 음료를 마시게 되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알코올은 요산의 신장 배설을 억제하고 간에서 생성하는 젖산이 요산 배출을 이중으로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산 수치가 높다고 모두 통풍은 아니다. 통풍으로 진단 받으려면 요산 수치가 높아야 하고, 관절 요산 결정이 침착돼 있고, 심한 통증 발작을 경험해야 한다. 무증상 고요산혈증의 경우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요산 수치가 9mg/dL 이상인 경우에는 통풍 발병 위험이 크기 때문에 예방적 관리가 필요하다.

급성 통풍 발작으로 인한 통증은 진통소염제로 빠르게 사라질 수 있지만,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완치된 것은 아니다. 요산 결정이 침착된 것은 그대로 남아 재발을 반복하고, 만성화되기도 한다. 실제로 발작이 반복되면서 관절 파괴, 변형, 기능장애가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계와 신장에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김세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은 일시적인 병이 아니기 때문에 혈중 요산 수치를 장기적으로 억제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 치료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통풍은 주로 관절에서 발현되기는 하지만, 요산 결정은 관절 외에도 힘줄, 연부조직, 혈관 내벽, 신장, 피부 등 다양한 조직에 침착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신장에 축적될 경우 요로결석, 신기능 저하, 만성 콩팥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 통풍 환자의 심혈관 사망률은 일반인 대비 2배 이상이고, 50% 이상이 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 등 대사질환을 함께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맥주는 퓨린 함량이 높아 통풍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지만, 맥주 외에도 모든 알코올은 요산의 신장 배출을 억제하고, 체내 생성은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과일주스나 믹스커피, 청량음료 등 액상과당이 들어간 단 음료수도 역시 요산 수치를 높이는 주원인이다. 김 교수는 “통풍 환자라면 금주와 함께 단 음료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며,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통풍은 유전적 영향이 크다. 대표적으로 ABCG2 유전자 변이가 통풍 발병과 관련 있다. 가족 중 특히 아버지가 통풍 병력이 있다면 자녀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요산 검사는 포함돼 있지 않아 가족력이 있는 경우 개별적으로 혈중 요산 수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식사요법만으로 요산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식사 조절만으로는 혈중 요산 수치가 약 1mg/dL 정도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혈중 요산 수치를 6mg/dL 미만으로 낮추려면 약물치료가 필수다. 통풍 치료는 알로푸리놀, 페북소스타트 등 요산생성억제제 또는 요산배출촉진제를 기반으로 한 약물 치료가 중심이 된다. 식사조절, 체중 감량, 금주 등도 병행해야 한다.

요산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고, 재발이 반복된다면 장기 복용이 원칙이다. 다만 체중 감량, 대사질환 개선, 식습관 변화 등을 통해 요산 수치가 안정적으로 조절되는 경우 의료진 판단 하에 감량 또는 중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풍은 재발 시점의 관절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에 예방 차원의 약물 유지가 권장되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에는 요산을 낮추는 치료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김 교수는 “통풍은 단기 증상 완화보다 장기적 요산 조절과 합병증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질환”이라면서 “꾸준한 관리와 예방이 곧 삶의 질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통풍을 잘 관리하려면 전문의를 찾아 요산 수치를 6mg/dL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약물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 생활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과체중인 경우 체중을 감량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하루 2리터 이상의 수분 섭취, 육류 내장류, 알코올, 액상과당 섭취 제한도 중요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