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작업 착수…어떤 내용 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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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작업 착수…어떤 내용 담길까

24일 국회 통과…9월 초 대통령 공포 후 내년 3월께 시행
고용부, 현장지원TF 구성해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 예정
넓어진 사용자·노동쟁의 범위…"시행 전 불확실성 최소화"
'직장 내 괴롭힘'처럼 분쟁 급증 우려…"결국 법원서 정리"
교섭창구 단일화도 문제…하청노조 포함 여부 혼란 불가피

[나이스데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재가만 남은 가운데, 정부는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에 들어간다.

2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법상 국회를 통과한 법은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해야 하고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 노란봉투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9월 8일까지 법안을 공포하면 2026년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20년의 숙원'이었던 만큼 반기는 분위기다.

양대노총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고용·하청·플랫폼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을 상대로 노조할 권리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제6단체는 "이번 법 개정으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이를 둘러싸고 향후 노사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고용부는 통과 직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향후 6개월간의 시행 준비기간 동안 노사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쟁점과 우려 사항을 면밀히 파악하겠다"며 "경영계·노동계 상설 소통창구를 설치해 법 시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28일 현장지원TF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해 자세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용자·노동쟁의 확대가 핵심…경영계 "구체적 기준 마련해야" vs 노동계 "범위 축소 안돼"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다.

현행 법상 근로계약 당사자만 사용자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고용부는 사용자성 인정의 경우 법원에 관련 판례가 이미 축적돼 있기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현장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7월에 있었던 현대제철과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1심 판결이 대표적인 예다. 법원은 두 회사가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에 불응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당초 두 기업은 하청 근로자들과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아니라며 사용자성을 부정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쟁의의 범위도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노조가 파업, 즉 쟁의행위를 하려면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이 외 정치적 목적으로 인한 파업 등은 모두 불법파업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됐다.

하지만 개정법이 시행되면 근로자의 지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 있을 때도 합법 파업이 가능해진다.

경영계는 이 '경영상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 등에도 일일이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고용부는 "단순 투자나 공장증설 그 자체만으로 노동쟁의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리해고와 같이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근로조건의 변경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경우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현재 경영계는 상세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자칫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범위가 되레 축소될 수 있다는 미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처럼 결국 노동위·법원행?…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도 '관건'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마련된다고 해도 모든 쟁점을 포괄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의2)'도 수차례 세부 가이드라인이 보완됐지만,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는 관련 신고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로펌에서 인사노무를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고용부가 행정해석을 내놓는다고 해도 법원에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는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법원에서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한 사업장에 노조가 2개 이상일 때 사용자가 모든 노조와 따로 교섭하는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섭대표 노조를 하나로 통일하는 제도다. 통상 조합원 수가 많은 제1노조가 교섭대표가 되지만, 대표성 문제를 놓고 법정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또 소수노조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유지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원·하청 간 교섭이 가능해진 이상 교섭창구 단일화까지 폐지하면 현장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교섭노조를 정할 때 하청노조까지 포함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고용부는 "지방고용노동청을 통해 노조법 2·3조에 취약할 수 있는 권역별 주요 기업들을 진단하고, 필요 시 교섭 과정에서의 컨설팅 등을 지원해 원·하청이 상생할 수 있는 교섭사례를 창출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