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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노동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산안본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1년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승격되면서 출범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면서 산안본부의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
당정은 산안본부를 여기서 한 단계 높은 차관급으로 격상, 산업안전보건 분야를 총괄·조정하는 본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정부부처 내 차관급 본부 조직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통상교섭본부, 행정안전부 산하 재난안전관리본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 등이 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해 각종 산업재해 예방·대응 등 산업안전보건 총괄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전 부처 안전업무 총괄 기능"…이재명 정부 '산재와의 전쟁' 속도 높이나
이번 조직개편은 산재 감축에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기본이 튼튼한 사회'의 핵심으로 산재 감축을 선정했다. 이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고사망자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산재 사고사망만인율을 지난해 기준 0.39‱에서 2030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0.29‱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이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사망 원인으로 '장시간 근로'를 지목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산재가 반복되는 기업에 경제적 불이익을 강화하고 산재를 줄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구체적인 방안은 15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안본부가 차관급으로 격상되면 정책 추진에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 내 산업안전뿐만 아니라 전 부처의 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기능을 하기 위한 격상"이라며 "이에 맞춰 인력 확충도 행안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은 무산…"자율성 확보 위해 외청 독립은 필요"
다만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입장은 갈린다.
당초 산안본부는 장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염두에 두고 출범했다. 노동계에서도 산안청 독립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처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산안청 독립 논의는 동력을 잃었다.
당시 노동부 장관이었던 이정식 전 장관은 지난해 중대재해법 전면 확대를 앞두고 불거진 산안청 신설 논의와 관련해 "산안청을 만들면 수사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예방에 중점을 둔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과 맞지 않는다"며 "2년 동안 논의가 없었는데 법 시행 열흘 전에 공론화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산안청 분리 독립을 검토했으나, 기존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산안청 신설에 따른 인건비와 기본경비, 청사 임차비용 등을 토대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221억9700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소요되는 예산과 효과를 고려했을 때 기존 조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산재 감축을 위해서는 산안청 분리 독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편은 보여주기식"이라며 "핵심은 (산재에 대한) 전문성 확보인데, 이번 격상은 노동안전에 대한 전문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제재 일변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선진국의 예방 시스템을 배우지 않고 권위주의 국가들이 즐겨쓰는 제재 강화만 택했다고 본다"며 "산안청을 만들어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경력을 축적, 전문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산안청을 신설해 전문성과 독립성, 예산편성 자율성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우선 산재 감축을 위한 제도 강화라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는 "독립청으로 신설했을 때 전문성과 예산 자율성은 더 커졌겟지만, 차관급 격상은 협업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단 시행 후 평가해보고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