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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으로서 다자 정상외교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실용외교가 빛을 발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과 활발한 양자회담을 통해 국익과 실리를 최대한 도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경주에서 외교전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 내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가며 양자 정상외교에 공을 들였다.
아세안 정상회의 순방을 마치자마자 APEC 외교 준비에 돌입한 이 대통령은 10월 27일~11월 1일 APEC 주간 동안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일본, 중국, 필리핀, 칠레,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의 정상들과 양자회담 스케줄을 잡았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양자회담의 하이라이트는 이른바 주변 4강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미·중·일과의 '경주 정상외교'였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합의안 발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대미 관세협상을 극적 타결하면서 'APEC 경주 외교'의 성과를 높였다.
한국 정부는 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투자 한도는 최대 200억달러로 합의했다. 연간 250억달러씩 8년에 걸쳐 총 2000억달러의 직접 현금 투자를 요구한 미국 정부와 연간 150억달러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 한국 정부가 대립하면서 협상은 APEC 이후로 장기화될 기미를 보였지만 정상회담 직전 막힌 물꼬를 텄다.
이 대통령이 회담 서두부터 공개적으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에 필요한 핵연료 공급을 미국이 허용하는 결단을 트럼프 대통령이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도 결과적으로 통했다. 회담 당시만 해도 확답을 주지 않았던 트럼프는 하루 만인 30일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함으로써 한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일 정상회담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차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통상 환경"을 언급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이웃 국가이자 공통점이 많은 나라로,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고 화답하면서 한일 두 정상 간 셔틀외교를 활용한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APEC 정상회의 폐막 후에 치러지는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의 상견례 성격인 강한 만큼 관계 재정립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통령실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라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모토 아래 민생 문제 해결에 대한 주제가 채택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이라는 문제도 논의한다.
외교가에서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데 역점을 두고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 등의 성과가 나올 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시진핑 주석과 함께 한중 수교 이후 내외 환경의 격변 상황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 발전을 지속 추동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캐나다와 안보·국방 협력 파트너십에 의한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 협정을 합의했고, 뉴질랜드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하는 등 릴레이 양자 정상외교를 통해 각국 정상과 실질적 협력관계 증진 방안을 협의했다.
APEC 다자외교 무대 위에서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상간 개인적 신뢰 및 우의를 한층 돈독히 할 뿐만 아니라 APEC CEO 서밋,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등을 통해 젠슨황 엔비디아 대표 등 주요 외국 기업인들에게 투자를 호소하는 등 '경제외교'에도 공을 들였다.
이 대통령이 APEC에서 외교적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미국과 관세·안보 협상을 타결했지만 세부적인 합의문은 아직 도출하지 못했다. 최종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듬는 일이 중요하다. 일본과도 과거사와 경제 협력 의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외교' 기조에 따라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나 독도 역사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루지 않아 양국 갈등이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도 서해 구조물 설치 등의 문제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양국 관계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뉴시스
2025.11.02 (일) 0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