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전성기 속 '저작권 신탁관리 복수단체' 10여년…경쟁보다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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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전성기 속 '저작권 신탁관리 복수단체' 10여년…경쟁보다 분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함께하는 음악저작권협회 분쟁 극심
끝없는 '법적 공방'

[나이스데이] K-팝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그 결과물을 거두고 나누는 국내 음악 저작권권 업계가 경쟁 단체 간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 시장의 두 단체가 극심한 분쟁 중이다.

2013년까지 국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 시장은 50여 년간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추가열·음저협)가 운영해 온 단일체제였다.

그러다 사단법인 함께하는 음악저작권협회(이사장 한동헌·함저협)가 2014년 제2신탁관리단체로 출범, 복수단체 체제로 전환됐다. 창작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단체 간 경쟁을 통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복수단체 체제 전환의 명분은 명확했다. 단일체제에서 나타난 권력 집중과 창작자 선택권의 제한, 사용료 징수의 불투명성을 개선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저작권 관리의 선진화를 이끈다는 의도였다.

이용자의 거래비용 증가와 저작권료의 이중 부담, 집중관리의 어려움 등 부작용이 우려됐지만, 정부는 경쟁을 통한 투명성 제고가 더 큰 가치라는 판단 아래 복수체제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단체의 숫자만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질적 변화가 뒤따른 것은 아니다. 일부에선 업계의 징수 역량 부족과 정산 관리 시스템의 미비 등으로 혼란스러워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최근 함저협이 음저협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세 건의 신고를 제기하면서 법적 공세와 여론전을 통한 대외 갈등이 부각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레지듀얼' 사용료 논란

최근 음저협과 함저협 간 유튜브 레지듀얼(Residual) 사용료 논란이 불거졌다. 레지듀얼이란 유튜브에서 발생한 저작권료 중 일정 기간(2년) 동안 권리자가 특정되지 않았거나 청구되지 않아 유보된 금액을 가리킨다. 권리자가 확인되면 운영사의 절차를 통해 지급되는 구조다.

함저협은 2016년 구글('유튜브' 운영사)과 직접 계약을 체결했는데 사용료를 청구하지 않았다. 청구 누락분은 레지듀얼로 남았고, 구글은 이에 대한 청구절차를 진행해 줄 단체로 국내 최대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음저협을 지정하여 사용료를 이관했다.

그 후 4년 뒤인 2020년 함저협이 뒤늦게 사용료를 청구하자, 음저협은 정산 절차를 진행해 2022년 지급을 완료했다.

함저협은 그러나 음저협이 레지듀얼 사용료를 독점 수령하고 정산을 지연·은폐했다며 올해 2월과 9월 각각 민사소송과 형사 고소·고발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공정위에 신고장을 제출했다.

함저협은 이 사안에 대해 ▲2019년 이후 수령한 유튜브 레지듀얼 사용료의 총액 및 연도별 내역 ▲음저협 회원에게 분배된 금액 및 기준 ▲대상 저작물 목록 및 권리자 식별 근거 ▲구글·음저협 간 레지듀얼 관련 계약서 및 협의 내용 ▲미정산 금액 및 해당 저작물 목록 ▲독립적인 제3자 검증기관을 통한 회계 및 권리자 검증 절차 등을 음저협·구글에 요구하고 있다.

음저협은 하지만 권리자가 특정되지 않은 금액을 국내 저작권자를 대신해 수령했을 뿐이라며, 미청구로 남을 수 있었던 저작권료를 확보해 창작자에게 환원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또 "함저협이 제출한 자료의 오류로 정산 검증이 지연됐을 뿐"이라며 "이용 횟수가 소수점으로 표기되거나 복제권 지분이 누락된 자료를 제출해 놓고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안의 본질이 음저협의 독점이 아니라 함저협의 징수·정산 역량 부족이라는 반박이다.

이에 더해 함저협은 구글이 양 신탁단체를 차별적으로 대우했다며 공정위에 추가 신고를 예고했다. 다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함저협이 플랫폼과 한국 저작권관리단체 간 신뢰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적 협력 구조 속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저작권 정산 체계의 특성을 무시한 채 갈등으로 끌고 가는 것은 결국 창작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연권 통합징수 갈등…책임은 누가

통합징수 제도는 유흥주점·단란주점·노래연습장(이하 유단노) 등 공연사용료 납부 대상 업소에 대해, 하나의 단체가 여러 권리관리단체의 저작권료를 일괄 징수하고 각 단체에 분배하도록 한 제도다. 이용자의 납부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연사용료 징수를 효율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017년 음저협을 통합징수 주체로 지정했고, 음저협은 같은 해 5월 함저협과 징수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함저협이 징수업무위탁계약에 명시된 '공연사용료의 산정 및 확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음저협의 입장이다. 각 업소와 이용허락계약을 체결하고 징수 대상 정보(이용자 목록 등)를 자신들에게 제공해야 했으나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저협은 공연권료를 산정할 수 있는 산정 근거를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함저협은 음저협에 징수 대행을 요청했고, 여러 차례 공문을 통해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명시했다는 음저협의 확인이다. 음저협은 또 "일시적 협조 차원에서, 음저협이 계약을 체결한 유단노 업소의 노래반주기에 함저협 관리곡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실제 이용 내역을 기반으로 함저협의 관리 비율을 산정하고, 해당 사용료를 함께 징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법적 부담 우려에도 불구하고, 권리자 보호와 징수 공백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결국 징수 대행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음저협이 2022년 1월 통합징수를 중단하자, 함저협은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올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장을 제출했다. 함저협은 음저협이 유흥주점·단란주점·노래연습장에 대해서는 2022년 1월1일부로, 커피숍과 체력단련장 등 공연권 확대업종에 대해서는 2023년 1월1일부로 통합징수 종료를 일방 통보했음에도 자신들의 몫을 제외하지 않은 채 종전처럼 징수를 계속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러한 행태는 함저협이 2023년 신규 통합징수기관으로 지정된 리브뮤직에 공연권료 징수를 위임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함저협은 이러한 행태가 이용자·권리자 측 혼선을 키우고, 거래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매우 크며 궁극적으로 이는 통합징수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저협은 하지만 함저협의 이 같은 반응해 대해 '선의의 협조'를 왜곡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신생 단체의 상황을 고려해 시작된 지원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고 책임을 전가한 만큼, 양 단체 간의 신뢰와 상생은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통합징수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복수단체 체제의 도입 취지는 저작권 단체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이용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통합징수 제도는 이러한 방향성과 배치된다고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단체가 타 단체의 저작권료까지 일괄 징수·분배하도록 한 구조는 본질적으로 경쟁이 아닌 의존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위한 복수단체 체제에서, 경쟁 단체의 징수 업무까지 대행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사업소 징수 논란

유사업소 공연사용료 징수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유사업소'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노래반주기를 설치하고 주류를 판매하며 접대부를 고용하는 등 유흥주점과 동일한 형태로 영업하는 업소를 말한다.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라'목은 이러한 업소가 음악저작물을 감상하게 하는 설비를 갖추고 영업의 일부로 활용하는 경우, 음악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음저협은 해당 법령을 근거로 2018년 전국 실태조사를 통해 일반음식점이지만 실질적으로 유흥주점·단란주점과 다르지 않은 업소들을 확인하고 징수를 개시했다. 그러나 문체부 업무점검 결과 '징수규정 부재'를 이유로 시정명령이 내려지면서, 음저협은 내부 검토를 거쳐 2024년 10월부로 유사업소 징수를 잠정 중단했다.

함저협은 그런데 '음저협이 유사업소에 사용료를 부당하게 징수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음저협을 형사 고발했다. 한편에선 음저협이 문체부의 지적사항을 수용해 이미 시정을 완료한 사안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개입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음저협은 창작자 권익 보호를 설립 목적에 둔 저작권 신탁관리단체가, 정당한 사용료 납부를 회피하는 업소의 입장을 대변하고, '창작자 반대 입장'에 선셈이라고 꼬집었다.

◆신탁계약 약관 불공정 갑론을박

함저협은 지난달 28일 음저협의 신탁계약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공정위에 또 다른 신고장을 제출했다. 저작자가 보유하거나 향후 취득하는 모든 음악저작물을 일괄 위탁하도록 한 '포괄신탁'이 저작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저작권 양도 시 음저협에 재위탁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재위탁 의무' 조항이 거래를 구속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함저협이 문제 삼은 음저협의 포괄신탁 조항은 함저협의 신탁계약 약관에도 동일하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9월, 위탁 관리 범위의 제외를 위탁자가 직접 정하고 제외 범위를 확대하는 음저협의 규정 개정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위탁 관련 조항 역시, 공정위 심의를 통과해 현재 음저협 내부 절차와 문체부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내년 중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단체 제도가 출범한 지 10여 년, 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제도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창작자 보호와 저작권 관리의 투명성이라는 본래 취지는 희미해지고, 단체 간 갈등만 깊어졌다.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평가 기준이 '관리의 질'이 돼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 복수제체는 경쟁이 아닌 분열로 치닫게 될 것이다. 서로에 대한 공세보다는 회원들을 위한 시스템 정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