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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함은 시인을 만든다. 가장 광활한 고독함은 우주에 존재한다. 한때 태양계의 9번째 행성에 올랐다가 왜소행성으로 강등된 플루토, 즉 명왕성은 이름을 잃고 익명과 같은 기표인 '134340'이라는 번호를 19년 전에 달았다.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보이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XH·엑디즈)와 팬덤 빌런즈는 이 명왕성을 이름을 되찾아줬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워킹 투 더 문(Walking to the Moon)'을 부를 때 지구, 달, 명왕성 모양의 애드벌룬들이 공연장 공중에 떠올랐고, '플루토'를 이어 부르는 내내 빌런즈는 스마트폰 플래시를 통해 이들이 가는 길을 밝혀줄 별들을 반짝이게 했다.
해당 장면에서 시인 김경주의 시(詩) '우주로 날아가는 방1'의 시구가 떠올랐다.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다. 밴드 음악이 K-팝의 또 다른 목소리가 되고 있는 이 때,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밴드 음악이 보는 것임을 증명한다. 지난 9월 영국 록밴드 '뮤즈'가 10년 만에 펼친 내한공연 오프닝을 꾸밀 때, 이들의 활활 타오르는 열정은 스타디움이 결코 이들에게 크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는 과시가 아니다. 건일, 정수, 가온, 오드(O.de), 준한(Jun Han), 주연 여섯 멤버는 메탈 음악까지 아우르며 정통 밴드의 계보를 걷고자 하지만 이를 뽐내지 않는다.
자신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밴드 선배인 '데이식스' 이후 K-팝이 밴드 신에 눈을 떴는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선배의 길을 존중하면서도 그들이 만들어온 정답을 무턱대고 쫓지 않고 있다. 정해놓은 계산이 아닌, 자신들만의 해답을 찾으며 다른 아름다움에 속한다. 일렉트로닉 록 '스포일러!!!(Spoiler!!!)', 하드록 '아이시유(ICU)' 등 이들이 포섭하는 다양한 록 장르는 하늘의 별들과 같다.
올해 5월 출발해 14개 지역에서 18회 공연한 이번 두 번째 월드투어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는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공연한 이곳에서 마무리됐다. 잠실실내체육관은 국내 콘서트업계 성지로 통하는 케이스포돔 입성의 징검다리로 통한다. 데이식스 역시 이곳을 거칠 당시 톱 밴드 반열에 오르는 시동을 확실히 걸었었다. K-팝 밴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JYP의 레이블 '스튜디오 J'는 K-팝 밴드의 부상에 대한 문법을 가지고 있지만, 도약하는 화법은 각자 밴드에 맡기는 현명함도 지니고 있다.
K-팝 밴드가 데이식스로 시작됐다면, 그 변곡점은 좀 더 하드한 어법을 지닌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와 함께다. 데이식스 성진, 원필, 영케이는 이날 공연장을 찾아 후배들을 마음껏 응원하고 아꼈다.
여기서 다시 '플루토'.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플루토'를 부를 때 명왕성은 자유를 찾아 나아간다. "날 조이던 모든 것들을 끊고 샤인(shine)"이라는 노랫말처럼. 그래, 데이식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밴드에 대한 편견을 깨나가고 있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에게 음악과 빌런즈가 있는 곳은 "나의 유니버스(universe)"다. 우리는 고독뿐 아니라 우주를 봐도 시인이 된다. '엑스트라오디너리 히어로즈(Extraordinary Heroes)'를 줄인 팀명을 가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우주를 노래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와 지구를 더 알 수 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평범한 비범함은 이를 가능케 한다.
뉴시스
2025.12.20 (토) 15: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