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만족도 높아' 설문조사…"지역별 분석 없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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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만족도 높아' 설문조사…"지역별 분석 없는 결과"

교육부, 고교학점제 설문조사 결과 공개
"성과 달성 측정할 수 있는 문항으로 구성"
현장 "현실과 괴리…조사에 구조적 한계 有"
"일반고만 조사, 소재지·규모별 분석은 無"

[나이스데이] 학생과 교사의 고교학점제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는 교육 당국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자 현장에서는 현실과 괴리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 학교 규모·유형 등에 따라 개설 과목 격차가 심하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정작 설문조사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고교학점제 성과 분석 연구'를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원은 전국 160개 일반고등학교의 1학년 학생 6885명과 교사 4628명을 대상으로 학교 교육과정, 과목 선택지도,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 등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학생의 67.9%, 교사의 70.0%는 최성보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며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학생의 74.4%는 희망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63.7%는 선택과목이 진로와 학업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으며, 교사의 79.1%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이 충분히 개설된다고 봤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교원 3단체(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고교학점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교원 3단체가 고등학교 교사 40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교사의 90.9%가 최성보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이수제로 인한 학생 낙인과 정서적 위축에 83.5%, 지역 또는 학교 간 교육 격차가 심해졌다는 질문에는 95.8%가 동의하며 고교학점제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드러냈다.

고교학점제를 두고 엇갈린 결과가 나오자 교육부와 평가원은 두 조사 간 표본이 달라 결과가 다를 수 있고, 대표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표집 방법이나 표집 대상에 따라서 설문조사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아울러 평가원의 연구 목적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3개년간 고교학점제 운영으로 교사와 학생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추적 조사하는 데 있다며 성과 달성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으로 설문조사가 구성됐다고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는 "설문 문항이 고교학점제의 성과를 먼저 규정하고, 해당 성과 개념에 따라 성과 지표를 개발한 후 각 지표에 대한 달성을 측정하는 문항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평가원의 설문조사 결과가 성과 달성을 측정하는 데만 집중했기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도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개별 교사와 학교 구성원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물었기에 정책의 적절성은 평가하지 못했고, 설문에서 학교명을 명시하도록 해 응답의 자율성과 솔직한 답변을 제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설문조사 대상에 일반고만 포함돼 있어 특성화고등학교 등 다양한 학교 현장의 고교학점제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교사 최모씨는 "특성화고는 일반고에 비해 미이수율이 높다"며 "원래대로라면 수업시간 내지는 방과후 시간을 쪼개서 보충 지도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잘 나오지도 않고, 한 아이가 8과목씩 미이수가 돼버리는 등 겹치는 상황이 발생해 쪼개서 진행할 수가 없다"고 했다.

최씨는 "공강 시간에 교사 한 명이 아이들에게 프린트를 일괄적으로 주고 이름만 쓰게 한다"며 "실제로 수업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개설 과목에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계속됐지만 지역별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불완전한 결과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평가원 관계자는 "소재지별, 규모별 분석을 하지 않아 관련 자료 제공이 어렵다"고 답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