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국제유가가 오르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비용 증가 등으로 수출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의 우리나라 수출은 잠정치 기준 21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1~10일) 수출 중 역대 최대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33억 달러로 전년 대비 31.7%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2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에 이어 반도체 수출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은 7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5.9% 오르며 전체 수출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3%로 15.4%포인트(p) 늘었다.
이밖에 석유제품(44.1%)·승용차(13.9%)가 1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8억 달러로 집계된 컴퓨터 주변기기는 372.1% 뛰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출 67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0% 올랐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같은 기간 49.3% 상승했다.
이 역시 반도체가 주도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251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0.8% 오르며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세웠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인한 초과 수요와 메모리 가격 급등이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달 초 수출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촉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영향이 적었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고 중동 지역 수출 수요 위축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 상승세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은 지난달 26일 '미·이란 긴장 고조 관련 수출입 영향' 보고서에서 단기적인 직접 수출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중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와 교역 수요의 회복력이 수출 물량과 단가 회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수출단가는 2.09% 오르지만, 수출 물량이 2.48% 감소해 우리나라 수출은 0.39%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조건에서 기업 전체 원가는 0.38% 오르고, 제조업 원가는 약 두 배 높은 0.6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 역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여파가 누적될 경우 이는 중견·중소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출 상승세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정 소재인 헬륨 가스 등을 UAE 등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데, 기존 재고가 소진된 이후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차 수출이나 석유 관련 제품 역시 중동 지역의 수요 위축이나 운송 차질 등으로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며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생산과 물류 전반의 비용이 상승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시장의 핵심 해상 통로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하는 통로로 수출이 이뤄질 경우, 운송비 부담에 따른 타격도 클 것으로 봤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이나 철강 산업은 유가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럽 수출 물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돌아갈 경우, 15일가량 추가 운송 기간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운임비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긴급 수출 금융 지원 등 정부 지원이 없다면 이 같은 상황에서 중견·중소기업들은 한 달 정도 지나면 자금 압박으로 부도가 날 소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2026.03.12 (목) 15: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