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축수산물 등 다른 품목의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지만 자동차 수리비, 세탁료 등 일부 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유가 상승의 영향이 물가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국가데이터처의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2024년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월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2.4%, 12월 2.3%를 기록한 뒤 올해 1~2월에는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0%를 유지했다. 이후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3월 2.2%로 전월보다 0.2%포인트(p) 오른 데 이어 4월에는 2.6%로 상승폭이 더 확대됐다.
4월에는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물가 수준을 끌어올렸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9% 급등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인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휘발유(21.1%), 경유(30.8%), 등유(18.7%) 등이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공업제품 가격 상승률은 3월 2.7%에서 4월 3.8%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2.9%나 올랐다. 3월(2.3%)에 비해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농축수산물(-0.5%), 가공식품(1.0%), 전기·가스·수도(0.2%) 등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폭은 2%대 중반에 그쳤다. 석유류를 제외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8%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실제 물가 상승 압력은 더 큰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3월 중순부터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3월 물가상승률을 0.6%포인트(p), 4월 물가상승률을 1.2%p 낮추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4월 물가상승률이 3.8%에 이를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석유 최고가격은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해 2주마다 조정된다. 또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 생산자물가가 차례로 오르면서 5월 이후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가 상승은 일부 서비스 가격을 시작으로 가계의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4월 공공서비스 가격은 1.4%로 0.4%p 상승했고, 개인서비스 가격은 3.2%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아직 전체적인 서비스 물가상승률이 높지는 않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국제항공료(0.8→15.9%)가 급등했다.
또 세탁료(3월 6.7→8.9%), 엔진오일 교체료(3.5→11.6%), 자동차수리비(3.9→4.8%), 해외단체여행비(8.0→11.5%), 이삿짐운송료(4.6→5.2%) 등 나프타가 포함된 원재료나 포장재를 사용하는 품목들의 물가상승률이 3월에 비해 크게 올랐다.
향후 나프타·요소 수급난과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서비스 뿐만 아니라 상품 가격도 오를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쟁 이후 3·4·5월 농축수산물의 상승폭은 하락했고, 가공식품도 밀가루·설탕·라면 등 업계의 가격 자체 인하를 통해 상승폭이 둔화됐다"며 "다만 전쟁이 계속된다면 석유류 가격과 이로 인한 파생 품목들의 상승 가능성이 있다. 전쟁이 얼마나 빨리 종식되느냐가 소비자물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IB)은 중동전쟁의 영향을 반영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7%에서 2.7%로 1.0%p 상향했다. DBS(1.8%→2.6%)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2.1%→2.9%)는 각각 0.8%p 올렸다. 무디스(2.6%), SG(2.6%)와 BNP파리바(2.5%)는 0.4%p를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중동전쟁이 끝나더라도 올해 물가 상승세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이란간) 합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미 생산시설이 많이 파괴됐고,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풀려도 증산을 하려면 재투자를 해야한다. 고유가는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
뉴시스
2026.05.07 (목) 14: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