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와 함께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공소기각'이란 검사의 공소제기 과정에서 절차적 결함이나 오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유·무죄에 대한 실체적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재판을 종결하는 제도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 대하여 재판권이 없을 때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할 때 등을 공소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개정안은 공소기각 사유로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를 추가했다.
해당 조항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담겼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거쳐 법사위 대안에 반영됐다.
|
국회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은 이번 개정안이 그동안 대법원이 다뤄온 내용을 조문화하고 세부적으로 유형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공소권 남용으로 인한 공소기각 판결 사례들을 분석하고 그 사례들의 그 판결 판례 내용을 충분히 담아서 공소기각 사유를 세부적으로 규정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염두에 둔 개정이라고 도덕적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위법 수사나 공소권 남용이 있을 경우에는 공소 기각해야 한다는 판례가 지난 20년 동안 쌓여왔고, 그것을 명문화한 것"이라면서 선언적 의미에 가깝다고 봤다.
대법원은 2001년 이른바 '쪼개기 기소' 등으로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자의적 공소권의 행사는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을 넘어 미필적인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2008년에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 역시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며 공소기각을 선고하기도 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정안의 규정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소기각은 형사 절차를 예외적으로 조기 종료하는 제도인 만큼 요건이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한정돼야 하는데, '중대한', '현저한' 등과 같은 추상적 표현은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공소기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찰청은 법안 소위 심사 과정에서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의미를 형성할 수밖에 없어 공소기각 여부가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라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 역시 심사 과정에서 "수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중대한 위법'을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있는지가 불명확해 해석에 맡겨야 하는 점에서 개정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검토의견을 냈다.
|
재판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수사' 또는 '소추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주장하면서 절차적 공방을 증가시켜 재판지연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로스쿨 교수는 "그동안 예외적으로 인정되던 공소기각 사유가 전면에 등장하면 피고인에게 헛된 기대를 부추기도 하고, 법원도 심리에 많은 시간과 재판 역량을 소모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서 "무죄 변론을 열심히 주장하는 것보다 공소기각을 얻어내는 게 낫다고 판단해 오히려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한 경우에 공소기각을 판결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필요 없는 규정이 추가된 것"이라면서도 "명확한 (공소기각) 규정이 생겼으니 피고인 측에서 공소기각을 판결해 줄 것을 적극 변론하게 되고, 판사들도 적극적으로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조작기소 특검법안' 발의와 '법무부 검찰미래인권존중위원회' 출범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과 사법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보완수사권 폐지한다면서 형사소송법 개정할 때는 그도 못 미더웠는지 판사로 하여금 이재명 공소기각 판결하라고 말도 안 되는 조항을 하나 끼워 넣었다"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 재판을 취소하기 위해 '공소취소 특검 시즌2', 공소기각 법원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지만 입법 강행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장시간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뉴시스
2026.07.30 (목) 18: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