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 '자유 주도' '텍사스처럼'…대선주자 '3人 3色' 성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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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육성' '자유 주도' '텍사스처럼'…대선주자 '3人 3色' 성장론

이재명, AI·문화·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육성 전략 전면에
김문수, 규제·세금 줄여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방점
이준석, 지방에 최저임금·법인세 결정권 주고 경쟁 유도

[나이스데이]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각 당 후보들의 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올새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인 만큼 경제 성장과 신산업 육성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됐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성장론을 공약의 우선 순위로 내세웠다. 지지율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3인 3색'의 해법을 제시했다. 상대 후보가 내놓은 경제 공약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난상 토론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재명, 신산업 주도 성장 전면에…"돈풀기식 괴짜 경제학" 지적도

이재명 후보의 1호 공약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 대도약을 이루겠다는 설명이다. 향후 5년간 100조원을 AI 분야에 투자해 한국을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소 5만 개 이상 확보하고, AI 인재 10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조선 바이오·헬스케어, 콘텐츠·문화, 방위·항공우주, 재생에너지 등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대규모 기술·인프라 투자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산업 지역을 연결하는 지능형전력망 등 '에너지고속도로'를 촘촘히 구축해 경제 성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함께 이루겠다는 구상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상당한 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성장론은 상대 후보들에게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8일 열린 경제 분야 TV토론에서 이 후보의 AI 산업 육성 공약에 대해 "세부적인 계획도 없는데 100조원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입할 것이냐"며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는 "원전을 짓지 않고 AI 3대 강국이 가능한가"라며 에너지 정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그동안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에 대해서도 견제구가 이어진다. 이번 TV토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7년 기본소득의 효용성을 설명하면서 예로 든 그림이 '호텔경제론'이라는 이름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여행자가 호텔에 10만원을 예약하면 호텔, 가구점, 치킨집, 문방구 등으로 지출이 이어지면서 돈이 돌게 된다는 내용의 그림이다. 마지막에 여행자가 호텔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경제 순환 효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돈의 흐름이 멈춰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이후 경기 진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추가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 후보들은이 '호텔 경제론' 그림을 예시로 들며 이재명 후보의 성장론에 의문 부호를 내밀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돈 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했다"며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은 한계소비성향을 1로 해서 계속 돈다. 무한 동력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설명한 것으로 이준석 후보가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김문수, 규제 완화-감세 중심 '자유 주도 성장'…'내란 책임론' 직면

김문수 후보의 1호 공약은 '자유 주도 성장'이다. 규제 완화, 주52시간제 유연화, 법인세·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통상 여건 개선을 위해 취임 즉시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 관세 패키지 협상을 이루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AI 육성 공약도 내놨다. 글로벌 초고속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AI 시대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등 원전 비중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점을 이재명 후보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김문수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최대 성과로 꼽히는 GTX를 수도권·충청, 부울경, 대전·세종·충청,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경제 정책을 '돈풀기'로 비판하면서 스스로도 감세 정책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재정 부담이 큰 과거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12·3 계엄사태로 경제 위기를 불러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TV토론에서 "윤석열이 내란 사태의 우두머리인 점을 인정하는가. 계엄으로 경제에 비수를 꽂고 관광, 소비, 투자 모든 흐름을 끊은 점을 인정하는가"라고 직격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는데, 윤석열을 감싸며 대선에 나왔다."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최저임금·법인세 지방 자율화…"텍사스와 사정 다르다" 반론도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탈중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0대 공약을 보면 ▲통일부, 여성가족부 등 중앙부처 폐지 ▲지방자치단체 법인세 자치권 부여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등 중앙부처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내용이 전면에 포진해 있다.

이런 '지방 분권' 공약에는 지방정부들이 스스로 세금과 최저임금을 내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반(反) 연방주의' 정서를 활용해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과도 유사성이 감지된다.

이준석 후보는 최저임금과 법인세를 낮춰 기업을 유치에 성공한 미국 텍사스주 사례를 들어 지역별 최저임금 자율화 등 공약의 유효성을 역설했다. 이런 구상은 '텍사스 경제학'이라는 신조어로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텍사스는 '세계 에너지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에너지 생산량이 많고, IT·우주항공 등 첨단·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체 미국 경제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인구는 3000만명이 넘는다.

이런 텍사스의 사례를 한국의 지역 현실에 대입한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소멸' 위기에 있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 최저임금 차등 자율화 공약을 적용할 경우 인구 유출 가속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저임금 자율조정 공약은 자치권 확대라는 긍정적 의도에도 노동시장 양극화와 수도권 집중 가속이라는 부작용이 우려되며, 현재의 제도적·정치적 역량으로는 안정적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