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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에서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 업무 제도화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코로나19와 의정갈등 속 의료공백 등을 거치며 간호사 처우 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지난해 제정된 간호법은 오는 6월 2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의사만 할 수 있던 행위 중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지원 업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진료지원 행위 45개로…임상 3년 이상 간호사 대상
이번에 복지부가 공개한 안에는 진료지원 행위 목록으로 7개 분야, 45개 행위가 담겼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통해 이뤄졌던 54개 행위와 비교하면 9개가 감소한 것이다.
신규 추가된 행위를 보면 환자 마취 전후 모니터링, 말초 동맥관 삽입, 분만과정 중 내진, 개흉마사지 보조, 흉관 삽입 및 흉수천자 보조, 프로토콜 하 순환보조장치 및 CRRT 운영, 인공심폐기 및 인공심폐보조장비 준비 및 운영, 체외순환 보조장비 운영 준비 및 관리, 체외순환 관련 기기 정비 및 부품 등 관리, 각종 장기 이식(심장, 폐, 간 등) 장기보존액 관류 및 체외순환 운영 등이다.
시범사업에서 포함됐던 중증환자 검사를 위한 이송 모니터링, 비위관 및 배액관 삽입·교체·제거, 의료용 관 세척, 복합 드레싱, 5단계 욕창드레싱, 복수천자, 골수천자, 기관절개관 제거, 호흡치료, 방광 내 약물 주입 등은 유지된다.
반면 중심정맥관 삽입, 요추천자, 중환자 기관 삽·발관, 전신마취를 위한 기관 삽·발관, 치료 부작용 평가, 조직 채취 등 13개 항목은 의사 수행이 필요하거나 일반 간호사도 수행할 수 있어 제외된다.
복지부는 "업무범위 분류는 교육과정과 정합성을 고려해 설계했다"며 "업무범위 분류 등은 추가 의견 수렴을 통해 조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진료지원 업무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기존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3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고 임상경력 3년 이상 간호사 중 교육과정을 이수한 전담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진료지원 업무 수행 경력이 1년 이상인 자는 임상경력이 3년 미만이라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정부는 간호사 업무범위 확정 후 교육과정 관련 교과목, 교육 시간 등을 구체화하고 진료지원 업무 교육과정 고시를 제정할 예정이다. 이날 복지부가 예시로 제시한 교육시간은 200시간이다. 실습 행위는 별도로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보수교육 형태로 수행 직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이수증을 발급한다.
교육 가능 기관은 유관 협회나 3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전문간호사 교육 기관, 공공보건의료 지원센터 또는 그 밖에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기관 및 단체다.
복지부는 간호법이 시행되는 6월 21일 기준으로 법에 포함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유예조치를 하고, 올해 12월 31일까지 신고를 전제로 내년 12월 31일까지 수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2027년부터는 고시 목록에 포함된 행위만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서 수행 불가 행위로 명시된 행위 등은 할 수 없다.
의료현장에서 수행 가능성 및 전문성 등을 놓고 논란이 됐던 체외순환의 경우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로 인정하되 기존 의료기사 등에 대한 업무 수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전문간호사와의 관계, 교육·인증 기관 등 이견
복지부의 공청회 안을 두고 의료계와 간호계 등에서는 첨예한 입장을 보였다.
우선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제도의 공존 문제가 제기됐다. 보건, 마취, 정신, 응급 등 13개 분야에서 임상경력 3년 이상, 교육과정(석사) 이수한 간호사는 전문간호사가 될 수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미국은 평균 27개월 이상 교육 과정과 2000시간 이상 임상 경험이 있어야 PA가 될 수 있고 캐나다 역시 2년 이상 전문교육을 요구하면서 모두 국가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취득하는데 우리나라는 고위험 침습 술기까지 업무 범위에 포함됐지만 교육이 부재하거나 단편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졸속으로 전담간호사를 도입하기 보다는 제도적으로 기반이 있는 전문간호사 내실화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전문간호사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수정 성균관대 임상간호대학원장은 "이미 의대와 약대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6년제로 진행하는데, 의사 업무를 위임하는데도 교육 4년만 마친 간호사에게 맡기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나"며 "적어도 3년 이상 임상 경험을 쌓고 석사 과정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전문간호사 정도는 돼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담간호사들은 제도 법제화가 필요하지만 간호사 교육과 안전 등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영란 이화여대목동병원 전담간호사는 "전담간호사가 맡은 진료지원 업무는 단순히 의사 보조원 업무가 아니다"라며 "응급 상황에선 교수 없이 판단하고 처치하는 상황도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데 당당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표준화된 교육을 받고 업무에 대한 인증 체계를 통해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경 성남의료원 간호행정 특수파트·전담간호 담당 파트장은 "전담간호사가 명시돼있지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며 "명확한 업무 범위와 교육 체계, 법적 체계, 공정하게 보상 받는 처우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전담간호사를 누가, 어떻게 교육하고 인증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간호법에 진료지원 업무는 의사 지도와 위임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 육성의 주체 역시 의사여야 한다"며 "그런 기반 위에 간호사와 협력을 통해 안전한 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김정미 경기도 간호사회장은 "지난해 의료공백 상황에서 정부가 진료지원 행위를 공식 인정했고 기관장 중심으로 간호사 업무 범위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교육 및 훈련체계를 구축하도록 했지만 간협 실태조사 결과 전담간호사 63%는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고 정부의 감독 결과도 볼 수 없었다. 이 역할을 간협이 해왔던 것"이라며 "법적 보호 체계가 명확히 돼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간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기관이나 협회가 아닌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의석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의사들은 간호학을 인증할 수 없고 간호사는 의료법을 인증할 수 없다"며 "복지부가 인증하고 관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제2정책위원장은 "급하게 만들어진 제도라는 지적이 있고 그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한 발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제도"라며 "제도화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개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부족한 설계이고 과정이지만 그 다음 단계를 볼 수 있는 위치로 올라가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