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예고에 '유통가 지주사' 긴장…"주가 상승 딜레마"
검색 입력폼
탑뉴스

상법 개정 예고에 '유통가 지주사' 긴장…"주가 상승 딜레마"

민주당 12일 본회의 처리 방침 속 대응책 마련 부심
"소액주주 개입 여지 커져 기업 경쟁력 하락 불보듯"
롯데·CJ 등 주가는 들썩…밸류에이션 재평가 시각도

[나이스데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유통가 지주회사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사 배임 리스크와 경영권 압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9일 정치권 및 유통·증권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유통업 지주사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상법 개정안은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로 폐기됐지만 대선 후인 지난 5일 재발의됐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에 유예 기간 없이 즉시 시행하는 내용이 추가돼 기존 법안보다 더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취임 2~3주 이내로 처리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유통업 지주사들은 대외적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집권 초기 기업에 불리한 입법의 속도전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소액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커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사회의 투자의사 결정이 사실상 올스톱되고 소송 남발 가능성이 커져 기업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은 배임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는 사례가 많아 기업인들이 경영 판단에 보수적인 경향을 띄는데,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 전체로 확대되면 배임죄 영향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사들은 소송에 대비해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형법상 배임죄는 보장 범위 밖이다.

지주사의 경우 대기업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의 특성상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 주주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 상장사 자사주에 대한 원칙적 소각 역시 효율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봤다.

그동안 자사주를 인수합병(M&A) 자금 마련과 임직원 보상, 주가 안정화 등 다양한 목적에 전략적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유통사 지주자 중에서는 롯데지주의 경우 자사주 보유 비중이 32.51%로 높은 편이다.

다만 주주 환원에 대한 시장 기대가 커지면서 저점 수준에 머물던 주가가 상승하는 점은 딜레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최근 한 달간 롯데지주를 포함한 주요 지주사들의 주가는 50%에서 많게는 두 배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주주가치 제고)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온 부분"이라면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시행되는 것은 다른 문제로, 실질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의 판단과 차이가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등 제도 정비와 함께 지주사들의 밸류업과 주주환원 강화가 병행된다면 현재의 주가 상승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재계와 학계의 우려와 달리 시장은 찬성하는 흐름을 보인다"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지속된다면 지주사의 주가는 향후에도 집단적인 상승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