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사법리스크 사실상 해소…국회·헌재, 헌법 84조 논란 해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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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사법리스크 사실상 해소…국회·헌재, 헌법 84조 논란 해소 필요

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부, 공판기일 '추후 지정'
개별 재판부 차원의 '헌법 84조' 불소추 첫 해석
李 다른 형사 재판도 기일 연기·변론분리 가능성
여야 공방 여전…"헌재나 대법의 최종 판단 필요"

[나이스데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단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공판 일정을 취소하면서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당선 전 재판이 포함돼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만큼 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입법을 하거나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의 1차 공판기일을 오는 18일에서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기일 추후지정(추정)은 잡혀 있던 재판 일정을 바꾸거나 연기,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의 일정을 정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사실상 재판 절차를 중단하는 조치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던 만큼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당초 2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면 고(故) 김문기씨와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 모두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이를 파기했다.

재판부는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는 조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추'에 이 대통령이 당선 이전에 받고 있던 재판의 중단도 포함되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는데, 개별 재판부 차원에서는 처음 판단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대선 전 국회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헌법 84조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개별 재판부의 몫으로 돌린 바 있다.

엄밀히 따지면 재판부는 언제라도 심리를 재개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헌법 84조를 근거로 당초 잡혀 있던 일정을 취소한 것인 만큼 적어도 임기 중 심리가 재개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많다.

◆李대통령 남은 재판은 어떻게…공범들만 심리할 수도

이 대통령은 ▲대장동 배임 등 뇌물 의혹(1심·서울중앙지법) ▲위증교사 혐의(2심·서울고법)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1심·수원지법) ▲불법대북송금 3자뇌물 혐의(1심·수원지법) 사건에도 피고인으로 기소돼 있다.

이 중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대선 전부터 기일 '추정' 상태로 이미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대장동 배임' 의혹 1심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오는 24일 공판기일이 잡혀 있어 이 대통령의 출석 의무가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송병훈)가 심리 중인 다른 두 사건은 각각 다음달 공판준비기일이 잡혀 있지만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서울고법 형사7부가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내놓은 만큼 다른 재판부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공직선거법 사건과 달리 나머지 4개 사건은 공범들이 함께 기소돼 있다. 예컨대 '대장동 배임' 의혹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북송금'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각각 이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있다.

형사소송법 300조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으로 변론을 분리해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만큼, 이 대통령을 뺀 나머지 피고인들을 분리해 심리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다른 피고인의 역할만 가려낸다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재판이 모두 '추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헌법 84조 둘러싼 공방 재점화…"최종적 판단 나와야"

각 재판부가 어떤 방식을 택하든 적어도 임기 중에는 이 대통령이 사법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평가지만, '헌법 84조' 해석 논란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파기환송심 연기 소식에 즉각 "권력에 순응한 결정"(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사법부 역사에 큰 오점"(한동훈 전 대표)과 같은 반발이 나왔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형사재판 절차 진행을 중단한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개별 재판부 판단과 관계 없이 이 대통령이 받고 있던 재판은 일률적으로 정지될 전망이다.

검찰도 이론상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공판기일 변경 명령'(기일 추정)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304조는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재판장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검찰이 아예 재판부를 바꿔 달라는 기피 신청을 내서 다른 재판부의 판단을 다시 받는 방법도 거론된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든 대법원이든 사법부 차원의 최종적인 헌법 84조에 대한 판단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법원이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다 보니 정치적인 공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헌재 등이 최종적인 유권해석을 통해 대통령의 권위나 지위·신분의 안정성을 도모해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