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 공개까지 수십년도 다반사…공소시효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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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 공개까지 수십년도 다반사…공소시효 없애야"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로 제언
13세 이상 미성년자면 공소시효 적용
"은폐 가능성…범죄로 인식 못하기도"
여가부 '신중' 입장에 "구조적 문제 간과"

[나이스데이] 현행법상 13세 이상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친족성폭력엔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계부, 삼촌 등 친족에게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당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벌이 어렵다는 것.

이에 미성년 친족성폭력 관련 공소시효를 폐지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이슈와 논점: 미성년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적극 검토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은 공소시효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13세 미만의 아동 및 신체·정신적 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 강제추행 등 특정 성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13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친족성폭행 피해에 대한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7년까지다.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다면 10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이들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당 보고서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피해가 드러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적시에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4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친족성폭력 피해 상담자의 절반 이상이 공소시효가 지난 후에야 상담을 받았다.

당초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의 취지는 ▲증거 소멸 등 진실 규명이 어려워진다는 점 ▲장기간 도피한 범인이 처벌과 유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 ▲국가의 수사 태만, 무능력으로 인한 공소 제기 지연 책임을 피의자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등이다.

이에 보고서는 미성년 친족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은 범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피해 회복이 어려우며 정신적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피해자가 성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해 가해자가 장기간 도피하지 않으며 ▲혈연·친족이라는 특수한 관계로 피해자가 고소 및 고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지연 책임을 피의자에게 돌렸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에서다.

해외 국가의 입법 상황을 살펴보면 특히 미국은 다수 주에서 아동 성범죄 자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추세는 관련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인데, 보고서는 "미국의 1000명 이상 아동 성학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평균 연령이 52세에 이른다는 결과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국내의 경우 22대 국회에선 친족관계인 자가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할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다만 관계부처인 여성가족부는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 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보고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친족성폭력의 은폐 가능성과 피해자의 신고 지연 등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라며 "미성년 친족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