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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최종현학술원은 12일 북미 정상회담 7주년을 맞아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와 함께 '협상, 교착, 그리고 억제: 북미 외교 재개를 위한 시나리오' 보고서 및 정책 제언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북·중·러의 연대 강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 트럼프 2기 행정부 및 한국 신정부 출범 등 급변하는 외교 환경을 반영해 기획했다. 한미 양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고, 북미 외교 재개 가능성과 이에 따른 전략적 대응을 6가지 시나리오 별로 분석했다.
◆美 전문가들, 스몰딜·분기별 고위급 회담 제도화 등 제시
프랭크 아움 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미 간 '안정적 공존'을 위한 방안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완화(섬유, 해산물, 노동력, 석탄, 광물 등)를 맞바꾸는 식의 '스몰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협상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된 상태이며,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보다 더 많은 양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중단과 미국의 연합훈련 축소, 전략자산 전개 감축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니 타운 미국 스팀슨센터 산하 38노스 국장도 "지속 가능한 해법은 한반도 전쟁을 공식 종식하고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북한 체제의 지속성과 북중·북러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키스 루스 전미북한위원회(NCNK) 사무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개인적 친분을 외교 자산으로 보고, 분기별 고위급 회담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통해 종전선언과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과 외교 정상화를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더그 밴도우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사싱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미국은 비핵화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억지와 위협 관리, 군비통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근까지 미국 측 핵협의그룹(NCG) 대표를 지냈던 비핀 나랑 MIT 교수는 조급한 외교가 북한을 유리하게 만들고 한미 동맹에도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랑 교수는 "북한은 2019년 이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으며, 러시아와 밀착으로 제재 해제를 절박하게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실질 외교보다는 북핵 억지력 강화가 오히려 한반도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억지력 강화 일환으로 핵추진 순항미사일(SLCM-N)의 한반도 전진 배치 같은 실질적 조치를 제안했고, 이재명 정부에도 "확장 억제에 대한 공개 지지를 통해 한미 공조의 일관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韓 전문가들 "美 대북협상에서 韓 배제 안돼"
한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협상 과정에서 동맹인 한국의 이해 관계가 배제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 제언서를 대표 집필한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 대 행동' 방식의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합의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며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접근 방식을 취하더라도 협상에서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사전에 미국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북미 협상 재개에 대비해 한국은 중장기 로드맵을 갖춰야 하며, 어떤 방식의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한미동맹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화상 워크숍에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며,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협상에 나서야 하며,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과도한 요구에 대응하려면 협상의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실장은 "북미 협상 성공을 위해선 한미 간 장기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 명확한 레드라인 설정, 북한의 합의 불이행 시 되돌릴 수 있는 상응조치 마련이 핵심"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은 어떤 경우에도 협상 카드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