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전액 삭감…에너지 정책 새판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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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전액 삭감…에너지 정책 새판짜나

산업부, 동해 개발 '0원 책정' 내년 예산 제안
尹 역점 '동해 가스전'…전 정부 지우기 나서
내달 '대왕고래' 시추 중간 결과…실패 가능성
脫원전 이어 脫탈원전…정책 연속성 끊길 수도
"국내 자원 개발 정권 상관 없이 추진돼야 해"

[나이스데이] 정부가 '대왕고래' 유망구조를 포함한 동해 울릉분지 시추 탐사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0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탈원전 사태와 같이 에너지 정책의 정치화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동해 시추 탐사 관련 정부 출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 제안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또 남해 자원개발 예산을 예년보다 3배 이상 늘린 71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포함해 전체 유전 개발 사업 예산은 총 109억1000만원으로 정했다. 지난 2023년 301억원, 지난해 481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정부가 남해 개발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일본과의 '7광구 공동 개발 협정'이 올해 종료될 가능성이 커진 게 자리한다.

해당 협정은 50년 유효 기간이 끝나기 3년 전인 오는 22일부터 양국 중 한 나라라도 원하면 일방적으로 종료를 통보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없으며 기재부와 예산 편성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으나, 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 정부 지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은 탐사 시추 1공당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 절반은 정부 출자금이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석유공사 자체 예산으로 충당된다.

현재 석유공사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기에, 정부 예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자체 재원이 부족한 석유공사가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해외 메이저 석유 기업에 투자 유치를 받아야 한다.

석유공사는 두 번째 탐사 시추부터는 해외 투자를 유치 받기로 결정하고 해외 메이저 기업과의 투자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권 교체로 정책 추진력이 약화하며, 오는 20일 마감 예정이던 투자 유치 입찰 시한이 다음 달로 미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각별하게 챙기던 사업으로, 첫 발표부터 정치 공방에 휩싸인 바 있다.

전례 없던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했다.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정부 출자금으로 쓰일 497억원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문제는 어렵사리 추진됐던 1차 탐사 시추 결과가 사실상 실패였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산업부는 1차 시추 직후 백브리핑을 통해 "양질의 저류층, 두꺼운 덮개암, 셰일층을 확인했지만 탄화수소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다음 달 1차 탐사 시추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산업부는 5~6월께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700여개에 달하는 시료 분석에 시일이 더 필요해졌다.



중간 분석 결과 역시 지난 2월 발표와 비교해 의미 있는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료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이루어지겠지만 1차공 시추 결과가 '성공'으로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자원 개발 사업이 탈원전과 같이 정치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윤석열 정부의 '탈 탈원전' 기조로 원전 정책은 정권마다 급변한 바 있다. 이에 원전 업계는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이 심화하며, 국내 해저 자원 개발의 연속성이 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해외도 아니고 국내의 자원 개발은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자원 개발은 벤처 성격이 있어 계속 투자가 돼야 하고 실패를 통해서도 기술, 경험, 심해지질 데이터 등 얻는 게 크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