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기부' 슈가, 발달장애에 포커스 맞춘 이유 "음악치료 효과 입증"
검색 입력폼
연예

'50억 기부' 슈가, 발달장애에 포커스 맞춘 이유 "음악치료 효과 입증"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매 주말마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
세브란스병원 천근아 교수 "진정성 있는 재능기부·봉사에 감사"
솔로 활동명 '어거스트 디'에서 보듯 평소 심리에 관심 많아

[나이스데이]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민윤기)가 세브란스병원에 50억원 기부 의사를 밝힌 가운데,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치료와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치료센터(민윤기 치료센터) 설립에 힘 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슈가 소속사 빅히트 뮤직 등에 따르면, 슈가가 정신건강 관련 분야 중 특히 발달장애에 포커스를 맞추게 된 이유는 어린 시절 발달장애를 가진 지인과 경험이 계기가 됐다.

슈가는 원래부터 심리사회적 문제 전반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해당 지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있게 넓혀가게 됐다.

정신건강과 발달장애는 정신의학적 분류 체계 안에서 모두 정신건강의 영역에 포함되는 주제다. 정서·사회성 발달 지원을 포함한 치료적 접근 방식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빅히트 뮤직은 "특히 자폐 아동의 사회성 훈련은 현재까지 음악치료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가장 뚜렷하게 입증된 분야 중 하나로, 이번 협업은 슈가가 가진 관심과 역량이 실질적으로 접목될 수 있는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됐다. 세브란스병원과 구체적인 협업 논의는 같은 해 11월 말부터 슈가가 소아정신과 분야 권위자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와 소통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슈가는 천 교수와 수차례 만남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에게는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단기적인 치료적 개입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천 교수와 슈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치료센터 건립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위한 음악을 활용한 사회성 훈련에 대해 논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에 음악적 콘텐츠를 접목한 사회성 집단 프로그램 '마인드(MIND)'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음악에 맞춰 글을 짓고, 음악과 글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

슈가는 올 3월부터 이달까지 주말을 활용해 실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을 만나며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 기타 등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아이들이 리듬과 화음을 맞추고, 음악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감정 표현을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더 나아가서는 아이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감정과 언어표현은 확연히 늘어났고, 다른 아이들과 협력하거나 기다리는 과정에서 사회성도 훈련됐다.

언어치료만 받을 때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오모(10)군과 이모(12)군은 악기를 스스로 선택하고, 박자를 맞춰 연주하는 재능을 보였다.
합주하는 과정에서 다채로운 감정 표현들도 드러냈다. 색소폰을 부는 김모(18)군은 언어와 감정 표현이 거의 없었으나 다른 아이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치료자의 관심과 칭찬에 반응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이 언어능력이 제한적인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에게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오는 9월 민윤기 치료센터의 공사를 마치면 정규 프로그램 세션이 확대 신설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를 비롯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음악을 활용한 사회성 훈련부터 다양한 치료 세션들이 운영된다. 기존에 진행해왔던 ABA(응용행동분석), 언어치료 등도 확대 운영된다.

천 교수는 "재정적 후원을 넘어 지난 수 개월간 슈가 씨가 보여준 진정성 있는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이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해 독립적인 존재이자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과 이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장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민윤기 치료센터와 마인드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슈가는 자신의 솔로 음악 작업에서도 심리적인 것을 파고들어왔다.

자신의 또 다른 음악 정체성인 '어거스트 디(Agust D)'를 내세운 음악들이 보기다. 해당 활동명은 예전에 슈가가 가사에 썼던 'DT 슈가(Suga)'를 거꾸로 배열한 것이다. DT는 슈가의 고향인 대구, 즉 디 타운(D Town)을 가리킨다.

그 만큼 자기 내면에 골몰할 수 있어 '자기 고백적'이다. 일곱 명이 함께 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로서 드러내지 못한 고뇌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어거스트 디(Agust D)'(2016), '디-투(D-2)'(2020), '디-데이(D-DAY)'(2023) 등 '어거스트 디 트릴로지는 슈가·어거스트 디·민윤기, 삼자대면의 완벽한 3부작이라는 평을 들었다.

슈가는 이날 세브란스 병원을 통해 "지난 7개월간 천근아 교수님과 함께한 프로그램 준비와 봉사활동을 통해 음악이 마음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소중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며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의 치료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감사이자 행복이었고, 더 많은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슈가가 세브란스병원에 전달하는 50억 원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물론 연세의료원 전체를 통틀어 아티스트가 전한 기부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