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취임 후 첫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관저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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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취임 후 첫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관저 초청

李, 넥타이·오색국수로 통합 강조…野김용태, A4 3장 꺼내 작심발언
상석 없는 원형 테이블에 핑크 꽃다발…붉은색 음료 제공
李, 외교·추경에 "입장 조율하면서 함께 같이 가자" 강조
김용태 '7가지 제언'…"임기 끝나고 재판받겠다 선언해달라"
김병기 "국힘, 진정성 보이려면 요구하기 전 반성이 먼저"

[나이스데이]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첫 회동이 22일 대통령 관저에서 진행됐다. 빨간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통합에 대한 의미가 담긴 오색 국수를 대접하며 105분 간 양당 지도부와 대화를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윤석열 정부 시절 경색됐던 대통령실과 야당 간 관계를 생각하면 소통의 물꼬를 튼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A4용지 3장 분량에 적힌 7가지 요구사항을 이 대통령 앞에서 약 8분 간 읽어내려나가는 등 긴장감 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1시45분까지 105분 간 회동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당초 다음달 초 회동을 제안했으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 대통령이 "미룰 이유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면서 취임 후 18일 만인 이날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줄무늬 포인트로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입장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빨간색이 들어간 넥타이를 착용했다. 상석이 없는 원탁 테이블 위에는 연한 붉은색인 핑크색 꽃다발이 배치됐고, '웰컴 드링크'로도 붉은색 음료가 제공됐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통합과 협치를 강조했다. G7 정상회의 순방에 대한 소회를 말하며 "앞으로 대외 문제는 입장을 함께 조율하면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올해 2차 추가경정(추경)예산안에 대해서는 "어느 한쪽이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어려운 현재 상황을 함께 이겨내자"고 제안했다.

발언권을 이어받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7가지 정도 제언을 드리고 싶어 정리를 해왔다"며 미리 준비해 온 A4용지 3장 분량의 내용을 8분여 동안 읽어내려갔다.

그는 특히 네 번째 제언 사항으로 '사법부 독립 문제'를 들며 "대통령 재임 전 진행 중이던 재판의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해석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 그리고 사법부가 재판을 연기한다면 임기가 끝나고 재판을 받겠다고 약속해주신다면 민주공화국의 헌법 정신을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법부 독립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국민의힘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요구하기 전에 반성하는 것이 먼저"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찬을 마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는 개별적인 감정 표현을 안 하는 분이라 대화를 나누며 특정한 부분에서 표정 변화라든지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제스처를 꼬집어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도 "그 부분(사법부 독립)에 대한 추가 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뒤 회동은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지한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오색 고명이 올라간 국수를 보고 "이것도 통합의 의미가 있지 않느냐"며 웃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 회동을 마친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니까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사무적인 분위기보다는 상당히 솔직하게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합의나 성과'를 묻자 "의제를 두고 집중한 토론 형식의 회동은 아니었기 때문에 합의 사항으로 발표할 내용은 없었지만 여야 간에 대화 통로를 열고 격의 없는 대화를 하자는 것에 양쪽의 의견이 모아졌다"며 "그간 단절된 여야 관계, 또 (야당과)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정도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후에 만날 날짜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향후에 이런 만남을 최대한 자주 갖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