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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3일 오전 10시15분부터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선 이재식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과 권영환 전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차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계엄 관련 임무를 맡았던 만큼, 계엄 선포 전후 상황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다.
이 전 차장은 "계엄을 예방적으로 선포할 수 없다는 말이 실무 편람에 있다"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나 사회 질서가 극도로 혼란스러워 행정 사법 기능이 곤란한 것이 명확한 경우에만 계엄이 사후적으로 선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권 전 과장 역시 "제가 생각하는 계엄 관련 선포 요건에 따르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계엄 선포 전 관련 절차를 검토하란 지시는 일체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정치활동 자체는 금지할 수 없다는 점 등도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침묵을 지키던 윤 전 대통령은 공판 말미 발언 기회를 얻어 직접 반박에 나섰다.
그는 "막상 전쟁이 터지면 계엄을 못 한다"며 "제가 알기론 6·25 사변이 발발하고 나서 상당 기간 동안 계엄 선포를 하지 못했다. 군이 계엄 사무에 투입될 정도의 여유가 없이 전쟁에 이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합참 의장은 계엄 사무를 담당할 정신이 없다"며 "증인 두 분이 합참의장이 계엄 사령관이 되고, 전시를 기준으로 (계엄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제가 볼 땐 취지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더군다나 12·3 비상계엄처럼 국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가능한 최소 인력과 실무장 하지 않은 군인을 투입하는 상황"이었다며 "(계엄 매뉴얼 대로는)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엄과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다른 각도로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의 박억수 특검보가 처음으로 출석했다.
박 특검보는 "현재 공소제기일로부터 5개월이 지나 피고인의 구속 만료가 임박하는 등 법 집행 지연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재판을 지금보다 더 신속히 진행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등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던 증거자료와 이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될 증거들을 토대로 국민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재판을 이첩받아 공소유지 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사건 특검법은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추천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는 건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 검찰의 공소유지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기존 검찰을 끌어내고 다른 검찰권을 행사하게 할 입법적 정당성, 합리성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법률적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특검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거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도 권영환 전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반출과 관련해 고동희 전 정보사령부 계획처장도 증인으로 호출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9차 공판은 오는 7월 3일 열린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