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기 외교안보라인 구축…군 출신 배제하고 외교관 출신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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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1기 외교안보라인 구축…군 출신 배제하고 외교관 출신 중심

곳곳 정통 외교관료 포진…안보실장·국방장관 모두 군 출신 배제
강경 대북정책 대신 실용·다자외교로 안보 문제도 외교적 해법 모색할 듯
자주파·동맹파 동시에 배치…64년만에 민간 국방 장관도

[나이스데이] 이재명 정부가 첫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군 출신 보다는 외교관 출신을 우선 등용했다. 한반도 주변 미·중·일·러 4강(强) 외교 뿐만 아니라 안보 문제도 기본적으로 외교를 통해 풀어 나가겠다는 포석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24일 "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의 우선 순위이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핵 등 한반도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인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혀진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의 면면을 보면 대체로 오랜 기간에 걸쳐 전문성을 가진 정통 관료 출신이거나 외교안보 관련 분야에 해박한 정치인 출신을 등용한 것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을 보면 위성락 안보실장은 물론 외교·통일 정책 담당 2차장에 임웅순 전 주캐나다 대사, 경제·사이버안보 담당 3차장에 오현주 전 외교부 주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를 임명함으로써 모두 정통 외교관료 출신으로 채웠다. 안보·국방 담당 1차장만 군 출신 김현종 전 국방개혁비서관이 기용됐다.

이를 놓고 북핵과 같은 안보 문제를 주변국과의 외교를 통해 한반도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제 사회에서 소통에 강한 외교관 출신 인사들을 외교안보 라인 곳곳에 포진시킨 것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것이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에 외교관료 출신인 위 실장이 임명된 것 자체가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외교를 기본 골격으로 한다는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군 출신을 외교안보 수장으로 두지 않은 만큼 강경 대북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위 실장은 북미·북핵 전문가이자 러시아통으로서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구상하는 데 관여한 인물로 알려진다. 미국 관세 협상, 주한미군 재편 및 방위비분담금 증액, 국방비 대폭 인상, 중동발 경제 위기 등 당면 현안이 외교·안보·경제·통상을 모두 포괄하는 만큼 위 실장은 외교안보 라인의 사실상 실세로서 관계 부처 간 전략, 대책을 조율하며 '지휘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 외교장관 후보자는 외교부 1·2차관과 주유엔 대사 등을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다자외교·통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외교부의 양자외교 실무를 총괄하는 1차관뿐 아니라 다자외교를 관할하는 2차관까지 지낸 조 후보자를 외교장관으로 지명한 것을 놓고 미·중·일·러 등 4강 외교에만 우리 외교의 바운더리를 국한하지 않고 외연 확장을 시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도 국제사회와의 소통 강화를 통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하면서 외교적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난제를 풀어나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다만 북핵 대응을 포함한 대북관계는 외교부보다는 국가정보원이 주도권을 갖고 핵심 전략을 세우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취임 첫 날 내정한 이종석 국정원장은 1세대 북한학자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지난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자문을 맡아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동맹파와 자주파 중 '대북 포용'을 주장하는 자주파의 대표 주자였다. 대북전문가라고 정평이 나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의 북핵 및 대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정통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20년 전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참여 정부 시절 2005년 6월 당시 대통령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단독 면담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다.

위 안보실장과 조 외교장관 후보자는 모두 한미동맹을 중시하고 실용적 해법을 중시하는 중도 실용주의자로 분류된다. 대북관계도 제재·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남북관계를 다룰 이종석 국정원장과 정동영 통일장관 후보자는 제재·압박 보다는 대화·교류를 우선적으로 중시하는 '대북 유화파'라는 점에서 대통령 양쪽에 동맹파(위상락, 조현)-자주파(이종석, 정동영)를 나란히 두고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서 상호 견제와 균형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료 출신으로 국제적 인맥이 풍부한 위 안보실장과 조 외교장관 후보자가 한미 양자외교는 물론 다자외교의 중심축 역할을 해주고, 대북 유화파인 이 국정원장과 정 통일장관 후보자가 북핵 및 대북정책에 관한 정책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군(軍) 출신 인사가 이재명 정부에서는 요직에 기용되지 않은 것도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5선 의원인 안규백 의원이 내정되면서 64년 만에 군 출신이 아닌 민간 국방부 장관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군 내부 인사는 아니지만 5선 의정활동 기간 내내 국방위원회를 맡아 국방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게 평가를 받는다.

국방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군 내부 개혁에도 속도가 붙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안보실장에 이어 국방장관까지 군 출신 인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외교안보 정책에서 군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