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 개편 빠지고 증권거래세 인상…'코스피 5000' 의지 꺾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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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세 개편 빠지고 증권거래세 인상…'코스피 5000' 의지 꺾이나

2025년 세제개편으로 5년간 36조원 세수 증가
법인세 환원 4.3조원, 거래세 환원 2.3조원 효과
"새 정부 '증시 활성화' 기조에 역행" 지적 나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은 전무…여당서도 시끌

[나이스데이] 이재명 정부가 첫 세제개편안을 통해 '세입기반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법인세율 인상 등을 통해 5년간 약 36조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간의 감세 정책 기조로 세입 기반이 크게 약화됐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한 재원도 시급했기 때문에 증세는 불가피했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 같은 정부의 증세 기조에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수 확보를 위한 이번 세제개편이 대부분 기업과 증시 관련 내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증시를 활성화해 부동산을 대체하는 투자 수단으로 키우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꺾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낮췄던 법인세율을 2022년 수준(최고세율 25%)로 환원하고, 증권거래세율도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0%로 인상한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도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한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세수는 전년 대비 8조1672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법인세율 환원(4조3000억원)과 증권거래세율 환원(2조3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환원 조치도 2000억원의 세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세수는 늘지만 모두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소재들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꼽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안에서는 27.5%였던 최고세율이 35%로 높아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종합소득 과세(최고 45%)와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제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거의 손대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보유세·양도세 강화 조치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시장에서는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에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부와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이뤄졌던 상속세 개편도 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정부로서는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개편했을 때 주택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큰 상황이다.

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은 "부동산은 많이 예민한 부분이고, 금융 쪽에서 대출 정책이 나간데다 공급 등 부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정책의 성과 등을 한 번 봐야할 것 같다"며 "또 부동산 세제가 만약 강화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식 시장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까 자꾸 주택이 투자 수단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며 "최근 금융시장이 정상화하면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으로 '코스피 5000'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증시 활성화 의지가 꺾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KRX)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그동안 '부동산 불패'라고 하는 이름 아래 부동산 공화국이란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라며 "새 정부의 세제 개편의 방향은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주식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가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면 안 된다"며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옮겨갈 수 있도록 정책을 동원하겠다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 이후에는 그런 정책이 실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법인세율 인상의 경우 실제 효과 뿐만 아니라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성장'에 중점을 둔 경제정책 기조를 세우고도 시장에는 반대의 메시지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잠재성장률 3%' 목표를 세운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법인세를 올린다면 과연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라고 받아들여지겠는가"라며 "반기업적이고 반성장적인 정부라는 오해만 더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교수는 "법인세 1%p를 올려봐야 세수 확대 효과는 2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법인세 1%p를 인하한 게 세수 감소의 주범도 아니고 다시 올린다고 세수가 크게 늘지도 않는다"며 "법인세 감면을 조정해서 세수를 확대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이 증시에는 큰 부담을 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새 정부가 세수 확보를 통해 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면 증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금철 실장은 "배당소득 세제 하나를 가지고 주식시장과 자본시장 전체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세제 차원에서 노력도 하지만 주식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등 제도적인 부분도 병행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경제 강국 도약'이라는 건 이렇게 거둬들인 재원으로 미래전략산업 등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가치고 올라가고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게 되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