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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로 외래진료와 입원·수술 등이 빠르게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등 의료 현장이 정상화 되고 있지만, 지역·필수의료 인력 공백은 더 심각해 지고 있다. 또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 PA(진료지원) 간호사와의 업무조정 문제 등은 과제로 남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 등 '빅5' 병원들은 전공의 70~80%가 복귀하면서 외래진료는 물론 수술, 입원, 병상 가동률 등이 의정 갈등 이전과 육박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으로 병상 운영이 축소되면서 입원·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신규 환자를 받지 않거나 외래 진료 예약도 지연돼 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늦추거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해 보면, 지난달 전공의 복귀 이후 한 달 간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들의 병상 가동률은 대체로 70~90% 정도 수준으로 의정갈등 이전과 육박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병원들은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 등이 의정갈등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지만,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으로 일반 병실이 줄어 향후 수술이 가능해도 입원실이 부족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빅5 병원 한 관계자는 "수술과 입원의 경우 의정갈등 이전 수준을 상당 수준 회복했다"며 "보건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으로 병원마다 병상을 10~15%씩 줄였는데 전공의 복귀로 수술이 늘다보니 앞으로 병상이 부족해 입원 환자를 받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증환자 중심으로 수술 환자를 받으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안 맞는 부분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병상가동률이나 수술이 의정갈등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그동안 수술을 미뤄왔던 환자들이 몰리고 있어 향후 병실이 부족하게 될 경우 중증환자 위주로 받을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필수의료 공백이 과거보다 심화되고 전공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업무 분담 문제 등은 과제로 남아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모집을 통해 7984명의 전공의가 선발되는 등 전체 전공의 규모가 1만305명으로 의정 갈등 이전(1만3531명)의 약 76.2%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도권 대형병원의 경우 77.2%, 비수도권은 74.3% 수준을 회복해 비수도권의 복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피부과(89.9%), 안과(91.9%), 성형외과(89.4%) 등 인기과의 복귀율은 80~90%대를 기록한 반면 소아청소년과(13.4%), 흉부외과(21.9%), 응급의학과(42.1%), 산부인과(48.2%) 등 필수의료 과목의 복귀율은 절반도 못 미쳐 필수의료 공백이 여전한 상황이다.
전공의 부재 기간 동안 병원들이 대체 인력으로 늘려온 진료지원 간호사와의 업무 조정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요구 등으로 인한 갈등과 혼선도 예상된다.
전공의들은 지난달 1일 복귀와 동시에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을 설립하고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의정갈등 당시 전공의 업무를 맡아왔던 진료지원 간호사 일부를 원래 부서로 복귀 시켰다. 서울 아산병원도 이달 말 진료지원 간호사의 복귀 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당직 최소화, 수련환경 질 개선 등 요구를 하고 있어 과거와 같이 오랜 기간 근무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전공의들과 진료지원 간호사와의 업무 조정 등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의 한 필수의료 분야 교수는 "의정갈등 이전에도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많이 부족했는데 전문의로 상당 부분 대체해 현재 운영에는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의정갈등 이후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향후 전문의 배출 등이 줄어들게 될 경우 어려움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