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 다음은 그린란드?…트럼프 '돈로 독트린'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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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석유 다음은 그린란드?…트럼프 '돈로 독트린' 가동

베네수 마두로 축출 이후 드러난 '돈로 독트린'과 서반구 패권 구상
WSJ "돈로 독트린은 개인적 비전이자 미국 대외정책의 새 축"

[나이스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한 결정적 배경으로 '석유'가 지목되면서, 아메리카 대륙의 자원을 미국의 경제·안보 이익에 종속시키려는 새로운 외교 독트린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돈로(도널드+먼로) 독트린'을 내세우며 베네수엘라가 과거 미국의 석유 자산을 몰수했던 사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이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는 "미국은 외국 세력이 우리 국민을 약탈하거나 우리를 우리 반구 밖으로 몰아내는 일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는 국가 안보의 핵심인 상업·영토·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소련(이후 러시아)과 중국을 견제하고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면, '돈로 독트린'은 이러한 흐름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대국이 자국의 경제·안보 이익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나라들에 이를 따르도록 요구하던 전쟁 이전의 국제 질서로 되돌아가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WSJ은 미국이 서반구를 자국의 단독 영향권으로 재정립하려는 구상을 본격화할 경우, 중국이 대만이나 아시아 전반에서 같은 논리를 적용하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주변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행태 역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또 이번 대상이 베네수엘라였다면 다음으로 트럼프가 미국의 경제적·전략적 이해가 걸려 있다고 판단하는 지역이 어디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보좌관 케이티 밀러는 X(옛 트위터)에 미국 국기가 덧씌워진 그린란드 지도를 올리며 "곧(SOON)"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린란드까지 겨냥? 트럼프 행보 속에서 되살아난 '먼로 독트린'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선언한 '먼로 독트린'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상호 불간섭을 천명한 외교 원칙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해외에 적극 개입하기보다 자국 영토를 확장하고 국경을 안정시키는 데 몰두했다. 그러나 1900년 전후를 기점으로 먼로 독트린은 점차 제국주의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1953년 이란에서는 석유가, 1954년 과테말라에서는 바나나 산업이 개입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다만 미국은 이런 경제적 동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 점차 신중해졌다. 실제로 1991년과 2003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차지하려는 전쟁이라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WSJ은 "오바마 행정부가 먼로 독트린의 종언을 선언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는 자신의 중상주의적 비전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며 "그의 무역 협상은 최대한의 관세 수입과 투자 약속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 역시 경제와 미주 대륙을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전략 문서에는 "적대적 외세의 침투나 핵심 자산의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반구를 원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트럼프는 집권 이후 온두라스와 아르헨티나의 선거에 개입하고,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위협했다.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는 발언과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 수 있다는 언급도 이어갔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보면 그의 관심의 정점에는 그린란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는 베네수엘라와 달리 인구가 적고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덴마크령으로, 북미와 가깝고 특히 핵심 광물을 비롯한 자원이 풍부하다. 면적 또한 거대해 트럼프가 존경하는 포크와 매킨리식 영토 확장을 떠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상이라는 평가다.

지난 4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며 트럼프에게 위협적인 발언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만약 트럼프가 병합을 강행할 경우, 베네수엘라 때보다 훨씬 큰 국내외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돈로 독트린이 천연자원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경제를 이끈 동력은 이미 오래전에 농업과 원자재에서 기술·서비스·인적 자본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자원을 차지한다고 해도 이를 실제 개발하기까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리스크 역시 크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석유 매장량은 수익성 있는 개발이 쉽지 않고,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미국보다 적은 데다 혹독한 지형으로 채굴 비용이 높다.

WSJ은 "돈로 독트린이 트럼프 개인의 우선순위가 강하게 반영된 산물인 만큼, 원조 먼로 독트린처럼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 구상은 미국의 대외 정책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을 만한 장애물은 많지 않다"고 전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