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베네수엘라를 노리나…"원유 집착, 설득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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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는 왜 베네수엘라를 노리나…"원유 집착, 설득력 없어"

미국, 최대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
베네수엘라 석유, 정제 어렵고 900억 달러 복구 투자 필요
트럼프의 '석유 이권' 구상, 이라크 침공 때와 달리 실질적 이득 불투명

[나이스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원유 매장량을 군사 행동의 명분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논리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보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8일(현지 시간) WP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는 '석유 장악'이라는 명분이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었지만, 현재 베네수엘라 석유가 미국 국익에 어떤 실질적 이득을 줄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은 순(純) 원유 수입국이었고, 이라크는 세계 4위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루 약 200만 배럴에 달하던 이라크의 원유 생산을 확대할 경우 미국은 상당한 재정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이번 공습이 세계 최대 매장량으로 약 3030억 배럴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원유를 노린 계산의 일부였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WP는 "현재의 상황은 이라크 전쟁 때보다 더 이해하기 어렵다"며 "20여 년이 지나면서 석유 산업은 근본적으로 변했고, 베네수엘라 석유는 특히 미국에 덜 필요하고 덜 매력적 자원이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셰일오일 등 신기술의 발전으로 원유를 더 쉽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은 크게 늘었다. 실제 2002년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하루 6580만 배럴이었으나, 2024년에는 7660만 배럴로 증가했다. 여기에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선진국 경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석유 소비량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다.

공급은 늘고 수요 증가 속도는 둔화되면서 유가는 과거처럼 급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로 인해 한때 세계 석유 시장을 좌우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떠받치는 전략을 사실상 포기하고, 오히려 저가 원유를 대량으로 공급해 미국 셰일오일 생산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겠다는 구상까지 거론하고 있다.

셰일 혁명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2003년 3월 하루 1100만 배럴을 순수입하던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에서 현재는 세계 주요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변모했다. 이제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원유를 자국에서 생산한다. 글로벌 공급이 늘어나면 미국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산유업체들에는 오히려 불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캐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중질유이고 황 함량이 높아 정제가 어렵다. 치안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사회주의 정책으로 에너지 인프라는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이를 회복하려면 약 9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가 미국에 '호재'라고 주장한다. 이에 WP는 "OPEC이 시장을 지배하고 석유가 희소 자원이었으며, 주유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서던 젊은 시절의 인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