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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분쟁으로 중동 지역의 유전·정유소·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수십 곳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글로벌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휴전 발표 이후 약 13% 하락해 배럴당 95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는 1월 초 약 60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에너지 부문 총괄 헤닝 글로이스타인은 "중동 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공급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걸프 지역 정유시설의 약 3분의 1이 공습으로 손상됐다며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복구에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시설 40곳 파괴…고유가 부르는 구조적 공급 쇼
현재 고유가의 원인은 단순한 해협 봉쇄를 넘어 실제 생산·정제 능력 감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소가 가동 중단된 상황에서는 산유국이 원유를 생산하더라도 디젤·휘발유·항공유 등 정제 제품 부족이 불가피하다. 수출 시설이 파괴될 경우 원유와 가스를 유조선에 선적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핵심 에너지 시설 40곳 이상이 손상되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데이터 분석회사 리스타드에너지는 복구 비용이 2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의 피해가 가장 크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 단지에서는 이란 공격으로 약 17%의 생산 능력이 손실됐다. 리스타드는 완전 복구 시점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비용은 약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만 역시 타격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은 반복적인 드론 공격으로 운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이곳은 원유 선적·저장·거래·선박 급유의 핵심 허브다.
지하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면서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UAE·카타르·바레인 등은 3월 하루 약 750만 배럴의 생산을 중단했다.
유정 가동을 갑자기 멈추는 것은 지질학적으로 위험하다. 압력 급감으로 유정 내부에 왁스가 쌓여 막힐 수 있고, 재가동에는 비용이 큰 화학 처리가 필요하다. 일부 노후 유전은 생산 능력이 영구적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지상 복구 역시 쉽지 않다. 변압기·밸브·가스터빈 등 주요 설비는 평상시에도 제작이 수년이 걸리는 맞춤형 장비다. 여기에 서방 기업들의 철수로 숙련 인력 부족까지 겹쳤다.
우드맥킨지의 프레이저 맥케이는 "복구 비용이 올해 이 지역 석유·가스 산업 투자 예정액 약 1000억 달러를 잠식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투자 대신 복구 작업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협 열려도 배 안 움직인다…에너지 흐름 정상화 난항
해협 통행 정상화도 또 다른 변수다. 2주간 휴전에도 불구하고 선박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여전히 꺼리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헬리마 크로프트는 "드론과 미사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느 선주가 선박 운항에 나서겠느냐"며 "해협 재개는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흐름 정상화를 위해 ▲만재 유조선들의 안전한 해협 통과 ▲빈 유조선의 재진입을 통한 비축 물량 해소 ▲유정 가동 재개 등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자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노아 배럿은 "단순히 밸브를 돌린다고 해서 전쟁 이전 수준으로 즉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급망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시스
2026.04.09 (목) 1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