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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실제 발동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정부와 노동계 전체의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20일 오전 10시부터 박수근 위원장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전자 주식회사 3차 사후조정사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3일 사후조정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당시 노조가 중단을 요청하고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파열음이 났으나, 2차 사후조정 개최에 합의하며 대화를 재개했다.
2차 사후조정은 당초 18~19일 이틀간 오후 7시까지 진행 예정이었지만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차수를 변경해 이날 오전 0시30분까지 회의가 이어졌다.
이에 중노위는 다시 한번 대화를 요청, 노사는 21일 총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사실상 마지막 사후조정에 나서게 됐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화한 만큼, 이날 조정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노조법에 규정된 고용노동부 장관의 권한으로, 대규모 파업 등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를 줄 위험이 있을 때 30일간 파업을 중지시키고 조정 절차에 회부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자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실제 역사적으로 발동된 사례는 많지 않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단 4차례 뿐이다.
정부로서도 긴급조정권 발동은 부담이 큰 카드다. 발동 시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자칫 노정갈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이 전날(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재로서는 긴급조정 없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부담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동계는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긴급조정권이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강한 조치인 데다, 향후 국가 기간산업이나 대기업 사업장 파업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4일 성명을 통해 "단지 산업 규모가 크고 국가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논리가 허용된다면 앞으로 자동차·조선·철강·배터리 등 이른바 국가전략산업 전반에서 노동자의 합법적 파업은 언제든 국가 개입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위험한 선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17일 "긴급조정권은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이라며 "갈등을 힘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노사 관계를 극단적 대립으로 몰아넣고, 결국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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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긴급조정권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긴급조정권은 비상 상황에서 쓰는 조치"라며 "파업은 생산 중단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헌법상 권리로, 이를 중단시키려면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완전히 복구 불가능한 비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차관을 지낸 권기섭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도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큰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노사가 자율적으로 대화로 풀 수 있어야 한다"며 "긴급조정은 최후의 보루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 위원장은 "긴급조정에 들어가면 노조뿐 아니라 사측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삼성은 노사관계가 아직 여물지 않은 회사로, 사측도 노조도 레거시가 없는 상황에서 외부 힘으로 문제를 정리하면 치명적인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은 시한까지 테이블에 앉아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야 할 때"라며 "긴급조정권이 들어온다는 것을 핑계로 서로 책임지지 않고 협상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노위는 이날 사후조정이 총파업 전 마지막 기회인 만큼, 시간 제한 없이 대화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2일차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한 가지 쟁점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사측이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해서 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공이 현재 삼성전자 측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의 말대로 이날 오전 노사가 쟁점에 합의하면 21일 예정된 총파업은 막을 수 있다. 반면 조정이 결렬되면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2026.05.20 (수) 14: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