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변동 완화' 10년 추세 도입했지만…1년 새 22% 뛰고 15% 급락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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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변동 완화' 10년 추세 도입했지만…1년 새 22% 뛰고 15% 급락하기도

반도체 업황 사이클 등 세수 변동 완화 취지10년 증가율 반영…'평상시 세수' 추세치 산정과거 적용시 336.5조→409.1조→346조 '출렁'10년 평균 변화보다 2년 전 결산 영향 더 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email protected]
[나이스데이] 정부가 반도체 업황에 따른 세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10년 장기추세'를 과거 세수에 적용한 결과 추세치 자체가 1년 만에 20% 넘게 뛰었다가 이듬해 15% 넘게 떨어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세수의 호황과 불황을 구분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추세치를 계산할 때 2년 전 실제 세수를 기준으로 삼는 탓에 급격한 세수 변동이 시차를 두고 추세치에 다시 반영되는 구조다.

22일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의 업황에 따라 세수가 크게 변동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날 합동브리핑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업황에 따라 세수 변동성이 불가피한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며 "남을 때 저장해 두었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재정 곳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안정화 장치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이 통상 3~5년 주기로 오르내리는 만큼 10년 정도의 기간을 적용하면 호황과 불황을 함께 반영해 일반적인 세수 추세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산정한 장기추세보다 다음해 내국세 세입예산이 많으면 그 차이를 '추가세수'로 보고 기금에 적립한다. 반대로 세입예산이 추세치를 밑돌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재원을 내보낸다.

문제는 '10년 추세'가 최근 10년간 걷힌 세수 자체를 평균내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한 산식에 따르면 2027년 추세치는 2025년 내국세 결산액에 2015~2025년 연평균 증가율을 두 차례 적용해 계산한다. 즉 10년간의 증가 추세를 반영하지만 계산의 출발점은 2년 전 실제 세수다.

이 방식을 과거 일반회계 내국세에 소급 적용한 결과 2023년 장기추세치는 약 336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어 2024년에는 약 409조1000억원으로 72조6000억원(21.6%) 급등했다.

반면 2025년 추세치는 약 346조원으로 다시 63조1000억원(15.4%) 줄었다. 세수의 일시적인 급등락을 걸러내기 위해 만든 기준선 자체가 불과 3년 사이 큰 폭으로 움직인 셈이다.

[서울=뉴시스]


추세치가 크게 뛴 것은 2년 전 실제 세수가 산식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이다.

2023년 추세치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2021년 내국세 결산액은 296조4000억원이었다.

그러나 2024년 추세치에는 세수가 크게 늘었던 2022년 결산액 352조3000억원이 기준으로 들어간다. 1년 사이 계산의 출발점이 55조9000억원 높아졌다.

이를 나눠 계산하면 2023년에서 2024년으로 추세치가 늘어난 약 72조6000억원 가운데 약 63조5000억원, 즉 87%가량은 10년 장기증가율이 달라진 영향보다 기준이 되는 2년 전 결산액이 증가한 영향으로 추산됐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나면 이 높은 세수가 2년 뒤 '평상시 세수'를 판단하는 기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24년 산식상 추세치 약 409조1000억원은 당시 내국세 본예산 321조6000억원보다 약 87조5000억원 높다. 정부안은 세입예산이 추세치를 밑돌 경우 미래대응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출하도록 설계돼 있다.

2024년 실제 내국세 결산은 298조3000억원으로 본예산에도 미치지 못했다. 앞선 세수 호황으로 높아진 기준선과 이후 세수 둔화가 맞물리면서 추세치와 실제 세수 사이의 간극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관람객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비슷한 현상은 앞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 등을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장관도 이번에 확보되는 재원을 두고 "일시적일 수도 있는, 몇 년에 걸쳐서만 들어올 수도 있는 큰 규모의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세수 결산이 반도체 호황 영향으로 크게 늘어나면 해당 금액은 2년 뒤인 2028년 추세치를 계산하는 출발점이 된다. 내년 결산액은 2029년 추세치의 기준이 된다. 현재의 세수 호황이 2년의 시차를 두고 향후 장기추세에 반영되는 셈이다.

문제는 그 사이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경우다. 높아진 추세치와 달리 실제 세입예산 증가세가 꺾이면 세입예산이 추세치를 크게 밑돌 수 있다. 이 경우 미래대응기금은 추가세수를 쌓는 대신 일반회계로 재원을 내보내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즉 호황기에 발생한 세수 급증을 기금에 적립해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제도가, 2년 뒤에는 당시 호황의 높은 세수 수준을 추세치의 기준으로 다시 받아들이면서 큰 폭의 기금 전출 수요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미래대응기금의 재정안정화 기능이 작동한다는 입장이다. 다음 연도 세입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 적립된 여유자금을 활용해 지출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연도 중 세수결손이 발생할 경우에도 기금 재원으로 신속하게 재정여력을 보강한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그동안 우리는 수입이 늘면 더 쓰고, 수입이 줄면 덜 쓰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늘어난 시기에 지출도 확대하고 세수가 줄면 다시 지출을 줄이는 경기동행적 재정운용을 완화하는 것이 기금 도입의 핵심 취지다.

다만 이 같은 기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호황과 불황을 가르는 기준선 역시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

과거 사례처럼 호황기 세수가 시차를 두고 장기추세의 기준으로 다시 반영될 경우,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설정한 기준선 자체가 경기와 업황에 따라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기금 운용 과정에서 점검할 대목으로 꼽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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