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문화·영상 산업의 글로벌 연대 주도와 방산·원자력·첨단산업 실질적 협력 강화로 압축된다. K-콘텐츠의 경쟁력을 중장기 투자와 공동제작의 틀로 구체화하고, 안보와 원자력, 첨단산업 등 협력의 외연을 넓혀 양국의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했다는 평가다.
◆1.6조원 규모 한불 '뤼미에르 파트너십'…문화·영상산업 연대 주도
이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에 도착해 이튿날인 7일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에 참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의장을 맡아 영화·영상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뤼미에르 서밋은 영화와 영상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 개최된 국제 정상회의다. 지난 4월 한불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한국을 공동 의장국으로 초청하면서 이 대통령의 참석이 성사됐다.
핵심 성과는 '뤼미에르 파트너십(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 출범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각각 5억 유로(약 8000억원)씩 총 10억 유로를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자국 콘텐츠 기업 지원과 양국 공동 제작을 활성화하고, K-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양국은 각각 독립적으로 조성한 펀드를 통해 자국 콘텐츠 기업을 우선 지원하고, 이후 공동 투자와 공동 제작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운영협의체도 설치한다.
이는 일회성 문화행사에 그치지 않고, 양국 영상산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제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참여 국가와 기관을 확대하는 개방형 구조를 채택해 양국 간 협력을 다자 간 문화산업 협력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서밋 연설에서 극장산업의 위기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독립영화 및 문화적 다양성 보호, 로컬 콘텐츠와 글로벌 플랫폼의 상생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AI를 영상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단으로 평가하면서도, 일자리 감소와 배우의 초상·음성 복제, 저작권 및 학습데이터 문제를 함께 거론했다. 기술 활용의 방향을 인간 중심 가치에 맞춰야 한다는 원칙을 국제 영상산업계에 제안한 것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에 대해서도 로컬 콘텐츠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힌 측면과 지역 방송사·제작사의 영향력을 약화할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했다. K-콘텐츠 확산을 강조하는 데서 나아가, 글로벌 플랫폼과 로컬 제작 생태계의 이해관계를 정상외교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창작자·글로벌플랫폼 연쇄 간담회…협력 방안 논의
이 대통령은 이번 서밋을 계기로 국내외 영상산업 관계자들과 잇달아 만나 투자와 제작, 유통 전반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창동 감독 등 국내 영화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독립영화와 순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이창동 감독이 민간의 영화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프랑스식 '소피카(SOFICA)' 제도를 벤치마킹하자고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검토를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콘텐츠 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독립예술 분야의 소재 발굴과 인재 육성, 제작·유통, 해외 진출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이 주재한 영화·영상산업계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로컬 제작 생태계와 글로벌 자본·유통망을 결합하는 공동 투자·제작 방안이 논의됐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소니픽처스, NBC유니버설 등 미국영화협회 회원사 경영진과도 별도로 만나 한국 내 콘텐츠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정부가 행정·재정 지원을 통해 한국에서 영화와 콘텐츠를 제작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방산·원자력·첨단기술 '전방위 협력'…MOU 등 16건 협력 문서 채택
이 대통령은 8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문화 분야뿐 아니라 국방·방산과 원자력, AI, 반도체, 양자기술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와 민간 분야를 포함해 총 16건의 MOU(양해각서) 등 협력 문서를 채택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해 정보 교류의 안정성을 높였고,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조속히 체결하기로 해 국방·방산 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졌다.
경제 분야에서는 민간 원자력 고위급 대화 출범에 합의하고 장기 농축역무 공급 협력 의향서를 채택해 원전 공급망 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원전 수출 시장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과 프랑스가 공급망과 기술 분야에서는 상호 보완적 협력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프랑스 AI 스타트업인 미스트랄AI 간 투자 협약을 비롯해 반도체·양자기술·우주산업 등 미래 산업 분야로도 협력 범위를 넓혔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과 투자로 전환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해외 원전 수주를 둘러싼 경쟁 관계와 기술·공급망 협력을 병행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현안 공감대 확인
양 정상은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도 논의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순방 브리핑에서 "양 정상 간 주요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양국 간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프랑스와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수입과 수출 물류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지역 안정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다만 미국의 파병 요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여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번 회담에서 진전되진 않았다. 청와대는 국익과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2026.09.10 (목) 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