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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근 측근을 미국에 보내 협상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한편 대미 관세협상에 대해 신중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 정상 회담을 개최해 '관세 패키지' 협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물리적인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한 달 만에 한미 양국이 무역 합의를 이뤄내긴 힘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6월 3일 치러지는 대선에 앞서 꾸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선에서 대미 관세 대응을 위한 외교안보보좌관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선임했다.
김현종 보좌관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통상 사령탑을 지낸 인물로 조기 대선의 경우 인수위원회 가동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 통상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보좌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만나 통상 협상에 시간이 더 필요하고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재명 후보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맨 앞에 가면 안된다. 매를 들고 때리려고 기다릴 때는 늦게 가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에 비춰볼 때 민주당 집권시 한미간 협상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민주당 측에선 내부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이 더 연장되는 것을 가정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분야와 한미간 조선업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포함한 패키지 협상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10대 공약을 발표한 김문수 후보의 경우 취임 즉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동안 성사되지 못했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력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통화정책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간 별도로 논의하고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등 3개 분야에 대해 6~7개 작업반을 구성해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무역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으로도 읽힌다.
김 후보의 경우 윤석열 정부와의 연속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진행했던 관료들을 중용하고 이들이 도출한 결과를 큰 틀에서 뒤흔들지 않으며 미국과 주고받는 식의 관세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미 최종 협상안을 만들고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만큼 당선 이후 7월 8일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패키지 딜을 성사시킬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를 고려할 때 당분간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상호관세 협상 시간이 길어지고 품목별 관세 25% 부과가 이어지면서 올 하반기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국으로부터 25%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의 경우 올 3월 62억 달러(+1.2%)의 수출액을 기록한 이후 4월들어 전년동월대비 3.8% 줄어든 65억 달러의 수출액을 올렸다.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4월에 1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감소는 5월에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1~10일까지 대미 수출은 3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자동차 수출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23.2% 감소한 11억2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IBK경제연구소는 '미국 보편관세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시 우리나라 대미 수출이 12.8%, 전체 수출이 4.6% 줄어들 수 있고 25% 관세를 부과받은 자동차의 경우 18.6% 수출액 감소를 예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6838억 달러 중 314억 달러 수준의 수출액 감소가 나타날 수 있고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에서 1114억 달러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동차는 708억 달러에서 576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하는 셈이다.
장한익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는 6개월 정도 조정기간을 거쳐 안정화될 수 있지만 미국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세를 추가로 더 높이는 압박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충격은 더 크고 길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맞춤형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감소 충격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 등 상시 점검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