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대세 밴드 '데이식스(DAY6)'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펼친 '세 번째 월드투어 '포에버 영' 피날레 인 서울'은 접속사가 없는 노래 그 자체였다.
데이식스가 'K팝-밴드'로서 한국 대중음악사에 어떻게 안착할 수 있었는지를 깨치는 자리였다. 이들의 노래는 팝 밴드의 그것에 가까운데, 팬덤을 형성하고 이들과 사랑을 주고 받는 방식은 K팝의 방법론을 갖고 있어 파괴력이 대단하다.
본래 콘서트는 아티스트, 팬덤, 분위기로 구성되는 삼위일체의 결과물이다.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 '웰컴 투 더 쇼'의 반주 음원에 합창하는 데이식스의 팬덤 '마이데이'는 공연장엔 팬덤이 있고 팬덤의 진실도 있어 그것이 아티스트에게 질서 있게 전달될 수 있다는 믿음이 콘서트장을 지배하는 걸 증언하는 이들이다.
이날 성진이 "저희 공연에 오시면 데이식스가 아닌 마이데이한테 압도된다는 분들이 많다"는 말은 이를 증거했다.
"나를 향해 쏴" "뱅 뱅(Bang bang)"이라고 데이식스와 마이데이가 주고 받는 대목의 압도감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 '슛 미(Shoot Me)'가 화룡점정 중 하나였다. 마이데이가 "한 번 더"를 끊임없이 외쳐 후반부를 한 번 더 불렀다.
콘서트 때마다 히트곡 퍼레이드를 펼치는 데이식스는 사실 좋은 팝 밴드이기도 하다. '베스트 파트'로 시작한 이날 공연 역시 데뷔곡인 '콩그레츄레이션'을 비롯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예뻤어' '녹아내려요' '해피' '바래' 등 귀에 감기는 팝들이 쏟아졌다. 이런 좋은 노래는 대중의 공통감각을 만든다.
노래도 스스로 만드는 이들은 지난 9월부터 '포에버 영'을 돌면서 연주력도 일취월장했다.
인위적인 것은 티가 난다. 데이식스는 하지만 무슨무슨 척하지 않는 성장서사를 지니고 있다. K팝 밴드로서 대중성과 실력을 동시에 갖춰나가면, 공감대를 넓혀왔는데 이번 월드투어의 진짜 마침표인 이날 정점을 찍었다.
강렬하지만 애수 어린 기타의 성진, 세련되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베이스의 영케이, 감성적이면서 분명한 건반의 원필, 질주하면서도 쉼표를 만드는 드럼의 도운은 재능·노력을 모두 갖춘 이들이다. 특히 K-팝 밴드 콤플렉스를 완전히 떼어 버린 이들의 노력은 존재의 어떤 진실이다.
무대와 공연 연출도 블록버스터급이었다. 수시로 벚꽃 혹은 눈송이처럼 보이는 종이가루가 날리고, 조명 사용도 입체적이었다. 무엇보다 옛 체조경기장으로 국내 콘서트계 성지로 통하는 케이스포돔에 첫 입성했음에도 이 공연장의 장점을 온전히 활용한 점이 특기할 만했다.
데이식스는 2015년 11월 예스24 무브홀부터 이번 케이스포돔까지 차근차근 공연 규모를 넓히며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여백기를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왔던 지난해 4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연 '웰컴 투 더 쇼'로 약 3만4000여 석, 같은 해 9월 인스파이어 아레나 공연으로 약 4만여 석, 그 해 1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K팝 밴드 사상 최초' 입성한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로 약 3만8000여 석을 솔드아웃시키며 탄탄한 관객 동원력을 증명했다.
특히 이전 케이스포돔에서 360도로 공연한 아이유, 성시경, 박효신의 경우 각각 회당 1만5000명이 운집했는데 이번 데이식스 공연은 케이스포돔 사상 1회 기준 최대 수용 인원인 1만6000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데이식스는 지난 9~11일, 지난 16일부터 17일을 거쳐 이날까지 6회 공연으로 총 9만6000명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케이스포돔 단일 투어 역대 최다 모객이다.
신곡 '메이비 투모로우(Maybe Tomorrow)'는 황홀경의 극치였다. 공연장에 은하수를 끌어온 것 같은 연출에 "내일이 오면 오늘보단 나아지겠지"라는 대목에서 멤버들이 현현하는 모습은 이날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또 마이데이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니 반사음(反射音)이 더 풍성했고 응원봉을 대신하는 시계 모양의 '마데위치', 중앙무대의 천장을 성벽처럼 둘러싼 네 개의 초대형 스크린도 공연의 다양한 깊이와 원근법을 빚어냈다.
마이데이가 가득찬 객석은 유화처럼 선명했고, 이들이 그려낸 이벤트는 영케이의 눈물 가득한 무대를 수채화로 번져냈다.
최근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을 보면서 1시간 동안 울었다는 도운은 "저희 콘서트도 마이데이한테는 콜드플레이 같은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또 "아는 형님의 지인이 암 선고를 받았는데 저희 노래를 듣고 힘이 돼서 완쾌가 됐다고 하더라. 이런 얘기가 너무 감사하다"고 벅차했다.
데이식스는 낯익은 일상을 열기와 감동으로,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가 언젠가 내가 읽은 적 있는 삶이라는 걸 환기한다. 이날 현재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운 페이지들인 데이식스·마이데이의 챕터를 접으면서 위로, 회복의 노래를 여기에 쓰기로 결심했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