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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1기)의 유흥주점 술접대 의혹은 지난 14일 정치권에서 처음 제기됐다.
김용민·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의 술접대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 부장판사가 머물렀다는 유흥주점 내부 사진을 공개하며 그에 대한 감찰과 재판 배제를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5일 공지를 통해 "해당 의혹 제기의 내용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된 바 없고, 그로 인해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기에 서울중앙지법이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만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청문회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그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자료를 주면, 윤리감사실에서 그 부분에 대해 절차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여러 시민단체 등이 지 부장판사를 뇌물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결국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난 16일 "해당 판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회 자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가능한 방법을 모두 검토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향후 구체적인 비위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 부장판사 본인도 전날(1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 4차 공판을 시작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 부장판사는 "저 개인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서 "평소 삽겸살에 '소맥'을 마시며 지내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곳을 가서 접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무엇보다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중요한 재판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판사에 대한 뒷조사에 의한 계속적인 의혹 제기를 통해 (이뤄지는) 외부 자극이나 공격에 대해 재판부가 하나하나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재판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재판부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에 매진토록 하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에 민주당은 같은 날 오후 1시50분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앞서 공개한 유흥업소 내부 사진과 함께 지 부장판사가 동석자 두 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의 유흥업소 출입 관련 제보를 받고 직접 현장을 확인해 내부를 촬영했으며, 해당 장소가 유흥업소임을 보이기 위해 여성 종업원들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공개했다.
노종면 민주당 대변인은 "제보자는 (지 부장판사가) 고가의 술을 여성 종업원과 즐겼다고 증언했다"며 "이제는 지 부장판사가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다. 당장 법복을 벗겨야 한다"고 했다.
지 부장판사가 해당 업소를 여러차례 방문했고, 그와 함께 사진에 찍힌 두 명의 동석자가 직무 관련자로 강하게 의심된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에 대한 공수처 고발을 검토 중이라며, 사법부 대응에 따라 동석자 등 추가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지 부장판사의 술접대 의혹을 두고 법원 안팎에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조사 초기 단계인 만큼 재판부 교체 등에 대해서도 논하기 이르다는 반응이다.
윤리감사관실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정식 감사에 돌입하거나 결과에 따라 대법원장 등에게 해당 법관의 징계나 재판부 교체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내란 전담' 재판부가 변경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 부장판사가 이끄는 형사합의25부는 현재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기소된 관련자들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데, 법관의 비위로 재판 신뢰가 떨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 사무 분담을 책임지는 법원장이 사건을 재배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 개입'과 '제보 신빙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의혹을 제기한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당초 제보자가 "같이 갔던 사람"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민주당은 언론 공지를 통해 "제보자가 지 부장판사 일행이었는지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해당 업소가 유흥주점이 아닌 단란주점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정확한 사실 관계가 파악되고 나서 재판부 재배당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