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최저임금 '적용범위' 두고 공방…제도개편 발표에 사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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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최저임금 '적용범위' 두고 공방…제도개편 발표에 사과 요구

최저임금위원회, 27일 오후 세종서 제2차 전원회의 개최
지난해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 보고…월 265만원
勞 "특고 등 확대적용해야" vs 使 "업종별 차등적용해야"
노동계, 최임위 개편방안 발표에 "공익위원들 사과해야"

[나이스데이]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심의 중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두 번째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인상 수준 논의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확대 적용을, 경영계는 음식·숙박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지난 15일 발표된 제도개편안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임위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2일 열린 1차 회의 이후 한 달여 만에 열리는 회의다. 그동안 최임위는 노사 이해관계자와 근로자, 사업주 등 20명의 의견을 청취했고 생계비전문위원회와 임금수준전문위원회에서 심의 기초자료를 심사했다.

최임위는 이날 현장 의견 청취 결과와 전문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각각 보고받고 논의했다.

2024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 264만6761원으로 전년(245만9769원)보다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으로, 주40시간 근무하는 최저임금 근로자가 받는 월급 209만6270원에 비해 월 생계비가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노동계는 이를 토대로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 더 나아가 특고·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장에서 확인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는 시대적 과제이고 업종별·지역별 차별 적용은 낙인찍기에 불과하다"며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은 최저임금이다. 가처분소득 증가로 인한 소비 촉진이 상생 첫걸음"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자도 사용자도 최저임금 결정 요인 우선순위에 '물가상승률'과 '근로자 생계비'를 이구동성으로 올려놨다"며 "현재 저임금 노동자 생활 수준의 피폐함과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들의 내수경기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미뤄 짐작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다가올 대내외적 경제위기 대비와 내수경기 침체 해소, 나아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의 바로미터가 최저임금이 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어제(26일) 시급 8220원 수준에 있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실태를 담은 최저임금 위반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며 "이들은 이동·대기 시간에 대한 보상도 없고, 각종 비용과 보험을 스스로 감당하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임금이 평생 최고임금이 되는 현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과 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 불가론을 펼쳤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현재 우리 경제가 침체를 넘어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는 것 같다"며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최저임금에 이러한 최근의 암울한 경제 상황은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4월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걸 보면 이들의 월 평균 영업이익은 208만8000원으로 최저임금 월 환산액 209만6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국가가 강제로 정하는 최저임금이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거나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우리 최저임금 수준은 절대적으로도,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높다"며 "내년에는 미국발 관세위기로 인해 수출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IMF 시기나 코로나 시기보다 더 안 좋다고 하는데, 업종별 구분 적용을 통해 한계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은 존폐의 기로에 설 만큼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그나마 최저임금 미만율을 낮추는 현실정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제도 외에 근로장려금 등 조세 제도나 사회복지제도를 통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저임금 수준은 정부로부터 이전소득을 포함한 저임금 근로자의 가처분소득 수준을 고려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근로자위원들은 회의 초반부터 공익위원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전·현직 최임위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제도개선연구회'가 15일 발표한 최임위 개편방안 때문이다. 개편방안에는 위원회를 현행 27명에서 15명으로 줄이고 전문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사실상 양대노총이 독점하고 있는 근로자위원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 위원 구성의 다양성 제고 방안과 결정 기준 보완 등을 제안했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전·현직 최임위 공익위원들의 월권이 도를 넘었다.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위원회의 재량권 부여는 사실상 여기 계신 노사위원의 책무와 권리를 무시한 행위"라며 "최저임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 자리에도 참여하고 있는 관련된 분들의 사과와 해명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미선 부위원장도 "조기 대선 국면 한가운데 선거개입도 아니고 왜 하필 지금이냐"며 "고용부와 공익위원들에게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향해 "'주69시간제'와 상생임금 논의에도 참여한 인물로, 간사가 정치적 중립을 저버리고 정부 편에 선 상황은 충격적이다. 그를 더 이상 노동자 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권 교수는 "공익위원 모두발언은 없다"며 대응하지 않았다.

제3차 전원회의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