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유권자 축제 '안내서'…방치된 공보물로 범죄 노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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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유권자 축제 '안내서'…방치된 공보물로 범죄 노출 우려

21대 대선 사전투표일…주택가 선거공보물 그대로
우편물 미수령 상태로 방치하면 범죄 표적될 수도

[나이스데이]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권자의 축제를 안내할 선거공보물이 쌓이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선거공보물이 방치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오전 서울 시내 주택가 우편함에는 찾아가지 않은 선거공보물이 방치된 모습이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주택가 원룸에는 현관문마다 선거공보물이 쌓여 있었다. 인근 오피스텔 우편함에도 찾아가지 않은 공보물이 겹겹이 꽂혀 닿지 않는 손길을 대변하고 있었다.

서울 은평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는 가구원 이름으로 배송된 미수령 선거공보물이 네 개가 꽂혀있었다.

한 주민은 "방치된 선거공보물이 많이 보이는데 범죄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 후보자 정보가 담긴 제21대 대선 책자형 선거공보를 지난 20일까지 발송했다. 제21대 대선 투표안내문·전단형 선거공보는 나흘 뒤인 지난 24일까지 발송을 마쳤다.

해당 공보물은 다음 달 3일 대선이 끝난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선관위나 우편 행정을 담당하는 우정사업본부 공보물을 따로 회수하거나 처분하지 않는다.

공보물 봉투에 적힌 '우편물 송달 불능 시 반환 필요'라는 문구에 따라 올바른 유권자·주소에 배송되지 않은 우편물은 회수될 예정이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배달된 공보물과 관련해서 (선거가 끝났다고) 따로 회수 조치를 하지는 않는다"며 "주소가 잘못돼서 반송되는 사례가 아니라면 우편함에 꽂혀 있다고 해서 임의로 선관위나 우체국이 이를 회수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정당하게 선거인에게 발송된 공보물은 나중에 (유권자가) 볼 수도 있고 (처분과 관련한) 결정은 각 개인이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유권자가 스스로 이를 처분하지 않는 한 선거공보물은 계속 남아있게 되는 셈이다. 해당 우편물을 수신인이 아닌 사람이 은닉·훼손하거나 무단으로 가지고 가게 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전문가는 쌓인 채로 방치된 선거공보물이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는 "어떤 집에는 계속 공보물이 꽂혀 있는데 '저기 사람이 없구나'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면서 "선거 때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같은 곳에 유독 어느 집에만 우편물이 쌓이면 그 호실에 사람이 안 살거나 비어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공보물이 특정 시기성을 띠는 만큼 오래 방치됐을 때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유갑이 많이 쌓인 것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이 공간 안에 사람이 부재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장소보다 어떠한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선거공보물이 특정 시기성을 띠는 만큼 그 집에는 사람이 부재하다는 확실한 신호를 말하게 된다"고 봤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선거와 관련한 우편물이 온다면 유권자가 가져가서 이를 볼 텐데 오랫동안 안 보고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범죄 노출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 교수는 "우편물에 이름과 주소가 쓰여있다. 당연히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라며 "우편물은 도둑뿐 아니라 수사관도 기본적인 단서가 되는 자료"라고 짚었다.

다만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선거공보물이 계속 쌓이면 사람이 살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가능성이 될 수 있다"면서도 "아예 정치인을 혐오하는 사람은 (공보물이 담긴) 우편물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은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