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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막판 입법·행정·사법 독주 프레임을 씌우고,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까지 나서 '괴물 독재국가'를 저지해야 한다며 이재명 후보를 몰아붙였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호남 유권자들은 전국 최고 투표율에 이어 이재명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며 국민통합과 경제 부흥, 정국 안정의 염원을 담아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를 집계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9.42%,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8.34%,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0.98%, 송진호 무소속 후보 0.1%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불법적인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이번 조기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은 높은 투표율과 몰표로 정권 교체 의지를 분출했다.
1980년 신군부의 비상계엄으로 5·18민주화운동을 겪어 계엄 트라우마가 있는 호남 유권자에게 이번 대선 투표는 보수·진보 진영간 대결을 넘어 심판의 대상이자 상식의 영역이었다.
지난해 12월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것도 5·18 광주정신의 교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치권에서는 5·18을 소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빌어 "과거가 현재를 구했고, 죽은자가 산자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호남 유권자의 강력한 심판 의지는 전국 최고의 투표율로 확인됐다. 최종 투표율 집계결과 광주 83.9%, 전남 83.6%로 전국 1·2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 투표율 79.4%보다 광주는 4.5%포인트, 전남은 4.2%포인트 높다.
지난 20대 대선 투표율 광주 81.5%·전남 81.1%와 비교하면 광주는 2.4%포인트, 전남은 2.5%포인트 증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제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광주·전남 최고 투표율이다.
지난달 20~30일 치러진 사전투표에서도 전남 56.50%, 광주 52.12%로 역대 대선 사전투표율을 갈아치우며 전국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당초 민주당이 목표로 했던 투표율과 득표율 90%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광주·전남의 기록적인 투표율이 민주당 대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광주 84.77%, 전남 85.87%로 집계됐다. 지난 20대 대선 득표율 광주 84.82%·전남 86.10%와 비교하면 광주 0.05%포인트, 전남 0.23%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은 광주 8.02%·전남 8.54%,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은 광주 6.23%·전남 4.69%다.
이번 대선이 3자 구도가 형성되면서 보수 성향의 표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에게 분산됐다.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도 호남 유권자 표 결집의 원동력이 됐다.
이 대통령은 광주 군공항 이전, 인공지능(AI) 집적화, 전남 국립의대 설립,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숙원사업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각 지자체별 맞춤형 공약까지 제시하며 지지세를 최대한 끌어모았다.
반면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제대로 된 공약을 선보이지 못한 것이 중요 패인으로 꼽힌다.
선거운동 기간 민주당이 낙관론 주의보를 내리고 '경청 선거운동' 기조를 끝까지 유지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자칫 말실수가 오만하게 비춰져 정국을 강타하는 대형 악재로 비화될 수 있어 자제령을 발동했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야권과 후보를 단일화한 것도 주효했다. 진보성향이 강한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지를 좁혀줘 세결집을 가능케 했다.
지역 정치권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민주당의 호남 득표율이 85%대에 그쳐 결국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패배한 것이 뼈아픈 대목이지만 이번 대선 승리에 반면교사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투표 당일까지 '주변에 전화 3통 더하기'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 이 대통령의 안정적인 당선과 정권 교체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광주선대위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데다,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을 옹호하면서 한 쪽으로 기울어진 측면이 있었지만, 보수세력의 결집으로 마지막까지 안도할 수 없었다"며 "선거 초반 이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정권 교체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