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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이 늘면서 담즙 속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생기는 콜레스테롤성 담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담석이 담관(담도)을 막아 극심한 통증을 일으킬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40세 이상, 비만 등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담석 유무를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9일 건강보험 환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담석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 수는 2020년 대비 26.4% 이상 증가했다. 담즙은 지방을 분해하는 체내 소화액으로 수분, 담즙산염, 빌리루빈, 콜레스테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요소들 간에 균형이 깨지면 결정체가 형성되며 담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범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대부분 무증상으로 20~30% 정도의 환자만 담석으로 인한 증상을 호소한다"면서 "복부 초음파 검사가 보편화됨에 따라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담석이 담관을 막거나 담낭벽, 췌장 등을 자극하면 복통, 황달, 발열 등 염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우상복부의 쥐어짜는 통증과 압박감이다. 식사 후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정도에 따라 등과 어깨까지 확산되기도 한다. 특히, 상태가 악화되면 담낭 천공, 복막염, 패혈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담석은 재발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근본 원인이 되는 담낭을 절제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라며 “통상적으로 3~4개의 투관침을 삽입하는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미세 복강경, 단일공, 로봇수술 등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고 있어 환자의 전신 상태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증상 담석’이라면 꼭 수술할 필요는 없다. 수술 이후 오히려 소화불량,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증상일지라도 ▲2.5cm 이상 크기의 담석 ▲담낭 석회화 ▲담낭 용종 ▲췌담관 합류 이상 등이 동반된다면 담낭암과의 관련성을 고려해 예방적 수술을 권고하고 있다.
암이 걱정된다고 무증상 담석증을 무조건 절제하는 것은 올바른 치료법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담석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담낭절제술을 권하지만, 실제 암이 되는 경우는 10% 미만이다. 전문의 진단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담낭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담즙을 일시적으로 저장·조절하는 담낭의 기능이 사라져 지방 소화에 어려움이 생길 뿐 간에서 분비된 담즙은 소장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김 교수는 “담낭을 제거하더라도 담즙은 매일 분비되기 때문에 담석이 재발하지 않도록 과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는 피하고, 조금씩 자주 먹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담낭 절제가 담관, 간, 췌장 등 인접 장기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소화 기능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담즙 내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져 남성보다 담석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40세 이상, 비만, 급격한 체중 감소를 경험한 경우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담석 유무를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