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 대만 2-0 꺾고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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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대만 2-0 꺾고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

지소연 PK 결승골…대회 2골 장슬기 MVP
일본·중국과 승점 같지만, 맞대결 다득점서 앞서 정상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20년 만에 우승

[나이스데이]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정상에 올랐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최종전에서 지소연(시애틀 레인), 장슬기(경주한수원)의 연속골로 대만에 2-0 승리했다.

이로써 1승 2무가 된 한국은 앞서 0-0으로 비긴 일본, 중국과 함께 승점 5점이 됐다.

동아시안컵은 승점이 같은 팀끼리 경기에서 상대 전적, 골 득실, 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정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서로 맞붙은 3경기에서 모두 승부를 내지 못해 상대 전적과 골 득실로는 순위가 갈리지 않았고, 3경기의 다득점에서 한국이 3골로 중국(2골), 일본(1골)을 앞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5년 동아시안컵 여자부 초대 챔피언에 오른 뒤 일본과 중국에 밀려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던 한국은 20년 만에 안방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상우 감독은 9개월 만에 우승을 지휘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34세 베테랑 지소연은 A대표팀에서 처음으로 공식 대회 우승컵을 들었다.

중국은 준우승을 차지했고, 여자부 최다 우승 기록(4회)을 보유한 일본은 대회 3연패에 실패했다. 대만은 3전 전패 최하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대만과 역대 전적에선 15승 2무 4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2001년부터 대만전 15연승이다.

대만전 승리를 위해 신상우 감독은 베테랑 지소연과 함께 케이시 유진 페어(에인절 시티), 정다빈(고려대), 장슬기로 공격진을 구축했다.

중원은 이금민(버밍엄시티), 정민영(서울시청)이 맡았다.

수비 라인에는 추효주(오타와 래피드), 김혜리(우한), 김미연(서울시청), 고유진(현대제철)이 자리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민정(현대제철)이 꼈다.

높은 점유율과 압박으로 경기를 주도한 한국이 초반부터 대만 수비를 공략했다. 추효주와 장슬기가 측면을 흔들었고, 페어가 저돌적인 돌파로 뒤 공간을 파고들었다.

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선 김미연의 헤더가 옆 그물로 향했다.

또 전반 10분에도 공격 가담에 나선 김미연이 경합 과정에서 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에 막혔다.

대만의 두터운 수비는 쉽게 뚫리지 않았다.

전반 27분에는 정민영이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지소연의 오른발 슛이 수비벽에 막았다.

전반 35분 역습 상황에선 정다빈에서 시작된 패스가 지소연을 거쳐 쇄도하는 장슬기에게 전달됐지만, 각도가 없는 상태에선 때린 장슬기의 왼발 슛이 골키퍼 품에 안겼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정민영이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때린 오른발 중거리슛을 대만 골키퍼가 쳐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신상우 감독은 페어, 추효주를 빼고 문은주(화천KSPO), 강채림(수원FC)을 동시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후반 1분 만에 문은주가 상대 왼쪽 지역을 침투한 뒤 문전으로 패스를 찔러줬고, 정다빈이 노마크 찬스에서 왼발로 슛을 연결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1분 뒤에도 문은주가 왼쪽을 파고든 뒤 시도한 크로스가 굴절돼 골문 안으로 흐르는 듯했으나, 대만 수비가 걷어냈다.

한국의 파상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7분엔 강채림의 오른발 대포알 슛을 대만 골키퍼가 주먹으로 쳐냈다.

골이 터지지 않자 한국은 후반 11분 정다빈을 빼고 김민지(서울시청)를 내보내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깨질 듯 깨지지 않던 균형은 후반 25분에서야 깨졌다. 강채림이 상대 박스 안에서 경합하다 대만 천 진원에 걸려 넘어졌고,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한국은 키커로 나선 지소연이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 하단 구석을 흔들었다. A매치 169번째 경기에서 터진 74호골이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곧바로 이금민 대신 김신지(로마)를 투입하며 중원을 더 강화했다.

위기도 있었다. 후반 33분에는 후방에서 공을 빼앗겨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대만 천 진원의 오른발 슛이 골문 옆으로 흘렀다.

다시 공격의 고삐를 당긴 한국은 후반 40분 장슬기의 추가골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김혜리가 우측에서 낮게 올린 크로스를 장슬기가 쇄도하며 왼발 논스톱 슛으로 차 넣었다.

한편 한국은 우승 상금 7만 달러(약 9700만원)를 챙겼다.

이번 대회에서 2골을 넣은 장슬기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김민정은 최우수 골키퍼상을 받았다.

일본의 이시카와 리온은 최우수 수비수로, 중국의 샤오 즈친은 3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