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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를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로 규정하고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 7월 임시회 회기가 종료될 경우 다음 임시회에서 쟁점 법안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는 의석(180석)을 확보하고 있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단독 처리했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여야는 지난달 3일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3%룰) 등 1차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하면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공청회를 거쳐 추후 처리하기로 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1차 상법 개정안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7번의 소위와 두번의 공청회 등 충분히 오래 논의가 이뤄져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며 표결에 부쳤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3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바 있다.
노란봉투법도 28일 국민의힘이 표결에 반대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노사간 협의 등 숙의 처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처리가 안 된 법안으로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표결에 나섰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대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노동쟁의'의 범위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까지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쟁의행위와 노조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공영방송 이사 수와 추천 주체를 늘리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도 지난 7일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특정 세력에 의한 방송 장악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법 개정이라며 강행 처리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민주당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농안법을 일방 처리했다고 입장문을 내는 등 반발했지만 전체회의 표결에 참석해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대대책회의에서 "이번 7월 국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에 막힌 민생 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며 "지금의 복합적 위기, 민생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법안 처리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7월 임시 국회 내에 노란봉투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노동자들이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또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반대 여론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180석 이상을 확보한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이후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는 국가 경제는 외면한채 정치동업자인 민노총의 대선 청구서 결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폭주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폭주는 기업을 옥죄고 시장 질서를 파괴하며 결국 대한민국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우려가 크다"고 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법사위 소위에서 경영권 위협법인 상법 추가 개정안이, 환노위에서는 불법 파업 조장법인 노란봉투법이 여당 단독으로 잇달아 일방 처리됐다"며 "민주당이 정치적 협의와 사회적 숙의도 없이 상법과 노조법을 단독 통과시킨 것은 한국 산업의 중심축을 무너뜨릴 위험한 자해 행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