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지옥' 지식산업센터 "임대주택 등 주거용 전환해달라" 요구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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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실지옥' 지식산업센터 "임대주택 등 주거용 전환해달라" 요구 빗발

2분기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경매 건수 594건
수급 불균형·경기 침체에 가격 하락, 공실 증가
일각 "리모델링해 임대주택 등으로 용도 변경"
형평성 논란·제도 신뢰성 저하 등 우려도

[나이스데이] 올해도 경매에 부쳐지거나 공실로 남아있는 지식산업센터가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실로 남아있는 지식산업센터를 리모델링해 주택으로 용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같은 용도 변경은 제도의 신뢰성을 저하하고, 주거 품질이나 환경, 인프라 구축 등의 어려움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26일 지식산업센터 빅데이터 플랫폼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2분기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경매 진행 건수는 1분기(417건)보다 42.4% 늘어난 594건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지식산업센터 경매 진행 건수는 전분기 대비 33% 증가했고, 서울은 42% 늘었다. 인천은 17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낙찰률도 하락했다. 2분기 지식산업센터 평균 낙찰률은 서울이 전분기 대비 29.3% 하락한 6.3%, 경기는 7.7% 하락한 23.4%, 인천 30.6% 하락한 17.4%로 나타났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지식산업센터는 집값이 급등했던 2020~2022년 주택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2020년부터 2022년 2분기까지 연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20%를 웃돌았다.

지식산업센터는 오피스에 비해 적은 투자금으로 매입할 수 있어 개인 투자가 가능하고, 주택에 비해 대출 등의 규제가 높지 않은 점, 각종 세제 혜택 등으로 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공급량이 늘면서 수급 불균형이 생기고, 고금리와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서 2022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급락하고 공실 리스크가 확대됐다. 올해 들어 금리 인하로 거래 시장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승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식산업센터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를 리모델링해 임대주택 등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산업구조 변화와 경기 침체 등으로 지식산업센터의 분양률이 떨어지고, 공실률도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식산업센터의 위치나 고용 특성상 독신가구용 주택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공실기간이 1년 이상이고 공실률이 25% 이상인 경우 일정 비율을 주거용이나 지원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도 '국내 주택 임대차시장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당장의 임대주택 공급안이 될 수 있는 도심 내 생활형숙박시설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의 임대주택으로의 용도 전환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로 착공하지 못한 토지를 용도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지식산업센터 PF 사업장 중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은 5건(경기 2건·나주 1건·제주 2건)이다. 그러나 사업성이 낮아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조지훈 알이파트너(지식산업센터114) 대표는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은 토지가격이 낮아도 건축비와 금융비,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사업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매각을 추진 중인 PF 사업장은 주거나 기타 복합 용도 사업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디폴트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지식산업센터의 용도 전환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주거 품질이나 환경, 인프라 구축 등의 어려움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조 대표는 "단기적으로 건설사의 PF리스크 완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기존 수분양자와 시장 참여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산업집적활성화법의 근간을 흔들어 제도의 신뢰성을 잃어버릴 수 있고, 주거품질과 환경, 인프라 구축 등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