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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하거나 망신줄 우려가 있었고, 회담 직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숙청' '혁명' 등 폭탄발언을 내놓으면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실제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회담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32분께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 세시간 가까이 머무르며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한 첫 한미 정상회담인데, 상대가 트럼프 대통령이다보니 기대만큼이나 부담도 컸다. 한미는 오랜 동맹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과 안보 전반에 걸쳐 한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불가능한 변수였다. 특히 언론 생중계 속 이뤄지는 오벌오피스(집무실)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돌발 발언으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JD 밴스 부통령 발언에 발끈했다가 질타를 당했고,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나야했다. 돌연 자국의 음모론 영상이 상영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사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담 3시간여전 SNS에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적으면서 회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공개회담에서 일체의 공격적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차례 이 대통령과 손을 맞잡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고, 앞서 올린 SNS 글에 대해서는 "오해였다고 확신한다"고 스스로 수습했다.
이어 열린 비공개 오찬회담에서도 호의적인 분위기가 이어졌고, 참모들에 대한 선물증정식까지 있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외신들의 분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데, BBC는 "이 대통령이 '오벌오피스(집무실) 서프라이즈'를 피하면서 모두가 미소짓고 있다"고 평가했고, AP통신은 '이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초기 경고는 아첨 후 따뜻한 환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기사를 냈다.
이 대통령이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치켜세우고, 공통 관심 분야인 북미대화를 집중 부각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새 단장, 전세계에서의 평화 노력, 최근 다우존스 지수 최고치 경신 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트럼프타워를 짓고 골프를 쳐야한다는 농담을 던져 트럼프의 미소를 자아냈다"고 주목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굳은 표정으로 회담을 시작했으나, 이 대통령이 북한 내 트럼프 타워 건립과 골프를 언급하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언급한 뒤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언어 유희를 사용했을 때에도 육성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자신은 처음부터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언급한 뒤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을 던지긴하지만 최종적으로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하지는 않는다는게 책에 있고 이미 그런 모습을 보여줬기에 한미동맹에 상처를 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회의나 식사시간 얘기는 매우 진지하고 협력적으로 이뤄졌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대화되고 양해됐으며 격려받았다"며 "그래서 결과는 아주 좋았다"고 돌아봤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