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6년만에 사회적대화 복귀…정년연장·주4.5일제 속도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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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26년만에 사회적대화 복귀…정년연장·주4.5일제 속도 붙나

19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후 경사노위 불참 중
경사노위 대신 국회판 사회적 대화에 참여키로
與, 정년연장TF 운영 중…곧바로 논의 이어갈 듯
애매해진 경사노위…의제 설정 기능 개편 '주목'

[나이스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6년 만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다.

이재명 정부가 정년연장과 주4.5일제 등 주요 노동정책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민주노총 참여로 정책 도입이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지난 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재적 355명 중 261명 참석에 142명 찬성으로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식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공식적인 노사정 대화에 불참해왔다.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정부 정책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왔다는 게 그 이유다.

매 정권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민주노총 내부의 강경 기조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에 사회적 대화 기구 신설을 제안하면서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경사노위 참여 주체들은 물론, 민주노총도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 설립을 위한 실무회의에는 참여한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의 젊은 조합원들 중심으로 강경 입장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도 이번 결정의 주요 요인이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11월 정책대회를 앞두고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합원과 노동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사회적 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85.6%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이 투쟁의 결실이었다면,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는 그 성과를 현실에서 제도적으로 구현하고 더 큰 노동권 확대를 열어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향후에도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며 노동기본권 전면 보장과 사회대개혁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노동현안, 사회적 대화로"…정년연장·주4.5일제 속도 내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주4.5일제 도입 등 각종 노동현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한 만큼 이를 일괄로 적용하기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이번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를 선언하면 산업 찬반이 갈리는 노동현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년연장의 경우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자체적으로 노사가 참여하는 정년연장TF를 발족하고 3차 본위원회까지 개최한 상태다. 의견 수렴이 어느 정도 된 만큼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가 본격적으로 설립되면 그대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참여로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에 노동계 입김이 한층 더 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양대노총 위원장과 취임 후 처음으로 오찬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년연장의 연내 도입을, 민주노총은 노정교섭 정례화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애매해진 경사노위…폐지 대신 의제설정 기능 담당할 듯

경사노위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를 전신으로 하며 2018년에는 경사노위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경사노위법도 제정됐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정부 위원회는 있지만, 노동현안을 논의하는 법적 지위를 가진 사회적대화 기구는 경사노위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경사노위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일한 노동계 참여자였던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게다가 그동안은 경사노위에서 논의하고 합의된 의제를 국회에서 의결하는 수순이었다면, 국회에 사회적 대화 기구가 생긴 뒤에는 의제 논의 뒤 곧바로 법제화까지 가능해진다.

다만 당장 기구 폐지 등은 검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사노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정년연장 등) 당면과제보다는 권리 밖 노동, 비임금노동자들, 사용자 없는 노동자의 출현 등 우리 사회 근본과제에 대한 의제 설정 기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