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로비' 한학자 총재 구속영장…'실세' 정원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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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통일교 로비' 한학자 총재 구속영장…'실세' 정원주도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횡령·증거인멸교사 등
소환 3차례 불응하고 임의 출석…혐의 완강히 부인
한학자, 총재 된 후 첫 구속기로…심사 내주 초 전망

[나이스데이] 통일교의 윤석열 정권에 대한 '조직적 로비 의혹'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지목된 한학자 총재와 전 총재 비서실장 정원주씨를 상대로 특별검사팀이 18일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이날 오전에 한 총재와 정씨를 상대로 이같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 총재는 지난 2012년 9월 남편 문선명 총재가 별세한 후 통일교의 지도권을 행사해 온 이래 처음으로 구속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정씨는 1990년대부터 한 총재의 수행비서로 일하며 2015년 총재 비서실장에 올라 실권을 휘둘러 온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두 명에게 공통으로 적용된 죄명은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특검은 한 총재가 자신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 실현을 위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 하여금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금품을 건네고 현안을 청탁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권 의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 2022년 1월 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윤씨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는데, 특검은 배후에 한 총재와 정씨의 승인 및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2월 8일과 같은 해 3월 22일 경기 가평군 천정궁을 찾아 한 총재를 접견한 정황을 파악했는데, 당시 자리에 정씨도 배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 등이 소위 '금일봉'으로 불리는 추가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는 김 여사가 관련돼 있다. 윤씨는 교단 현안을 청탁할 다른 경로를 뚫고자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지난 2022년 4~7월 3회에 걸쳐 도합 약 83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개,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한 총재가 윤씨 등과 공모해 고가 선물을 건네면서 교단의 현안을 청탁했으며(청탁금지법 위반), 선물을 마련하는 데 교단 자금을 활용했다(업무상 횡령)고 본다.

한 총재와 정씨는 지난 2022년 10월 권 의원이 윤씨에게 전한 자신들의 미국 원정도박 수사 소식을 들은 후 윤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한 총재는 지난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등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교인들을 가입시켰다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번 구속영장에는 이를 주된 죄명으로 담지는 않았으나 추가 수사를 위해 한 총재의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해 전날 특검에서 9시간30여분 간 조사를 벌인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여기에는 한 총재가 3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날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보고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은 지난 8일·11일·15일 한 총재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한 총재 측은 심장 질환 시술 등을 이유로 불응한 후 17일 또는 18일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특검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을 내비치자 한 총재는 전날 임의 출석해 조사 받았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지난 2015년부터 앓아 온 심장 계통 질환으로 건강이 악화돼 최근 시술을 받기로 했을 뿐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은 한 총재가 공범인 권 의원의 구속 여부를 지켜본 뒤 협의 없이 날짜를 정해 임의로 출석했다고 보고 있다.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씨 개인의 일탈일 뿐 한 총재 등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총재도 전날 특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지 않았으나 주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귀갓길에도 권 의원에게 현금을 건네고 김 여사 측에 금품을 건넸다는 혐의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한 총재와 정씨는 다음주 초반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