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메탈, J-팝 내한 화룡점정…부산록페 헤드라이너할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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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메탈, J-팝 내한 화룡점정…부산록페 헤드라이너할 만하네

2017년 메탈리카 오프닝 이후 8년 만에 내한
압도적인 퍼포먼스 메탈 그룹
수메탈·모아메탈·모모메탈, '가와이 메탈' 극치
올해 25주년 부록, 성숙한 운영 눈길…6만여명 운집

[나이스데이] 더 이상 베이비(baby)가 아니었다.

28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펼쳐진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부산록페·부락) 마지막날 헤드라이너로 나선 일본 헤비메탈 퍼포먼스 그룹 '베이비메탈'(BABYMETAL·베비메탈)의 수메탈·모아메탈·모모메탈은 메탈 신전의 신녀(神女)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들의 내한공연은 무려 8년 만. 2017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열린 미국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내한공연에선 오프닝을 장식했으니, 제대로 된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만 해도 금속처럼 다져진 메탈 팬들의 마음을 잠시 뒤흔들었을 뿐인 이들은 이날 J-팝 팬은 물론 공고한 하드록 팬들의 마음에도 불을 질러 버렸다. 원래부터 베이비메탈의 마니아였던 팬들은 당연하고 하루 동안에만 수많은 광신도들이 양산됐다.

베이비메탈이 올해 25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낙점됐다는 소식에 놀랐던 상당수 록 팬들도 이날 무대를 보고, 부산록페의 결정에 기꺼이 수긍했다.

최근 발매한 새 앨범 '메탈 포스(METAL FORTH)'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9위,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17위를 찍은 이 팀은 전 세계 투어를 도는 팀답게 압도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메탈 포스' 세계관을 소개하는 '베이비메탈 데스(BABYMETAL DEATH)'로 이날 자신들의 무대를 연 베이비 메탈은 벼락 같은 철성(鐵聲)으로 점철된 사운드를 내내 들려주며,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부산의 밤을 한여름 밤으로 탈바꿈시켰다. 두 번째 곡 '헤드뱅!!!!!(Headbangeeeeerrrrr!!!!!)'부터, 관객들 사이에선 헤드뱅과 슬램 그리고 모시핏의 무아지경이 펼쳐졌다.

베이비 메탈은 우리가 아는 헤비메탈 밴드의 형태가 아니다. 일본 아이돌 문화 형식을 차용한 퍼포먼스 메탈 그룹이다. 세 멤버는 가창과 퍼포먼스에 집중하고, 로킹한 연주는 최고의 연주력을 자랑하는 세션들이 뭉친 가미밴드(神バンド·카미밴드)가 맡는다.

거의 '때려박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강렬한 사운드가 귀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동안 진짜 최종병기는, 메탈 사운드와 세계관에 메소드 배우처럼 몰입하는 세 멤버다.

제대로 된 그로울링과 카랑카랑한 가창의 수메탈을 중심으로, 양쪽에서 그로테스크한 퍼포먼스와 함께 종종 스크리밍(비명 같은 록 창법)으로 활기를 더하는 모아메탈, 모모메탈이 세션들과 합을 맞추는 순간의 쾌감은 K-팝의 격렬한 군무와 다른 질감을 빚어냈다. 특히 강력한 사운드와 대비되는 세 미녀들의 귀여움은 '가와이 메탈(Kawaii metal)'이 무엇이 단숨에 수긍케 했다.

'파파야!!(PA PA YA!!) 'BxMxC' '콘! 콘!(Kon! Kon!)'에 이어 '메탈 포스' 수록곡이자 독일 일렉트릭 코어 메탈 밴드 '일렉트릭 콜보이(Electric Callboy)'와 협업한 '라타타(RATATATA)'에서 이들의 진가가 드러났다. 공연 막판 '프롬 미 투 유(from me to u)' '카라테(KARATE)' '로드 투 레지스탕스(Road of Resistance)'까지 약 70분간 메탈 황홀경의 경지가 무엇인지 확실히 각인시켰다. 무대를 이해하기 전에 관객들을 빨아들이게 하는 주술 같은 힘, 그것이 베이비 메탈의 마력이다. 메탈의 당파성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당위성으로 직진하는 표현들이 매혹적이다.
이날 오전에 내린 비로 무대 앞 그라운드는 진흙탕이 됐지만 관객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음껏 둥글고 뛰며 베이비메탈이 남긴 뜨거움의 파편을, 몸 곳곳에 흔적으로 남겼다.

베이비메탈의 이번 공연은 최근 줄을 잇고 있는 J-팝 뮤지션들 내한의 화룡점정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J-팝은 더 이상 국내에서 비주류가 아니다. 올해 결성 15주년을 맞은 이 팀은 소수적 주체성의 항상성이 어떻게 보편성을 획득하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올해 부산록페는 베이비메탈 같은 마니아만 열광할 것만 같은 팀들도 대중적인 범주 안에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증거했다.

2000년 무료로 시작한 부산록페는 2019년부터 유료화가 됐는데 그 만큼 시스템이 잘 짜여진 성숙해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부산록페와 함께 국내 양대 록 페스티벌로 통하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절대 뒤지지 않는 라인업도 그런 평가에 한몫한다. 최근 국내 유행한 브릿팝의 4대 천왕 중 한 팀인 '스웨이드'가 첫 날 헤드라이너로서 저력을 과시했고, 두 번째날 헤드라이너였던 미국 대표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는 무려 13년 만에 이 페스티벌을 통해 내한해 축제 현장에선 믿기지 않는 완성도의 사운드 결을 들려줬다는 평을 들었다.

영국 팝스타 미카는 화려한 무대 매너와 정성 들인 의상 교체로 '한국의 나훈아'라는 별칭을 얻었고, '국내 시티팝의 원조' 중 한명으로 통하는 싱어송라이터 윤수일은 젊은이들의 '아파트' 떼창으로 '명불허전 구축 아파트'라는 반응이 나오게 했다. 마지막 날엔 싱어송라이터 이승윤, 밴드 '국카스텐', 가수 우즈 같은 라이브 명장들이 무대를 달궜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이 페스티벌엔 총 6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