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G20서 국제무대 데뷔전…관세협상 돌파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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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G20서 국제무대 데뷔전…관세협상 돌파구 찾을까

오는 15일 미국행…G20·IMF·WB 회의 잇단 참석
후속협상 제자리에 관세 25% 유지…수출위기 지속
환율 1420원대로…교착 장기화 시 외환시장 충격↑
"협상 타결 '골든타임'…최선 다해 돌파구 마련해야"

[나이스데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첫 국제무대에 나선다.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상설(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마저도 난망한 가운데, 구 부총리는 이번 방미(訪美) 기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 추진 등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내 협상 타결이 무산될 경우 25% 관세 고착과 외환시장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지라,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 간 경제협력의 신뢰를 복원하고 협상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윤철, 오는 15일 미국행…G20·IMF·WB 회의 참석으로 다자외교 데뷔전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오는 15일 워싱턴DC로 출국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G20 재무장관회의는 세계 20대 주요 경제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세계경제·금융안정을 논의하는 국제경제 최고위 협의체다. IMF·WB 연차총회는 세계경제의 현황과 통화·재정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는 구 부총리가 지난 7월 취임한 이후 처음 나서는 다자외교 무대다. 그는 회의 기간 중 새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주요국 재무당국자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의 면담을 통해 경제협력 기반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특히 구 부총리는 3박5일간 이어지는 이번 방미 기간 베선트 장관과의 양자회담을 추진 중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에 물꼬를 트기 위한 행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과의 양자간 회동도 조율하고 있다"며 "한국은행 총재도 워싱턴 일정을 함께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협의의 판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협상 제자리에 관세율은 25% 유지…수출위기 지속

구 부총리의 방미 일정이 중요한 이유엔 관세 협상 지연에 따른 관세율 25% 적용 장기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인하 원칙에 합의했지만, 이어진 후속 실무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국은 3500억달러(약 50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전액 현금으로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은 채권·주식·보증 등 다양한 형태의 분할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규모 현금 유출에 따른 외환시장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미국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협상은 사실상 멈춰 있다.

특히 한미 정상 간 구두 합의로 15% 인하 방침이 논의됐지만, 정식 서명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관세율은 25%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일본의 대미 관세율이 한국보다 10%포인트(p) 낮은 수준이어서, 우리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만약 올해 안에 후속 협상을 완료하지 못한다면, 이 '25% 기본값'이 고착화돼 기업 위기가 금융 위기로 번지는 등 경제 전반의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1420원까지 급등…협상 교착 장기화 시 외환시장 충격↑

아울러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 문제도 구 부총리의 방미 일정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한미 협상 교착과 대외 변수 영향으로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원 오른 1421.0원에 마감했다. 지난 7월 1350원대까지 하락했던 환율은 급등락을 반복하며 지난달 25일 1400원대를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전망 변화와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자 원화 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통화스와프'라는 안전판마저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이번 회의를 반드시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 부총리가 이번 회의에서 통화스와프 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다면, 외환시장 불안은 단기간에 증폭될 수 있다"며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안전판이 부재하면 외환 유출 압력이 커지고, 이는 곧 환율 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 정부가 통화스와프 체결을 성사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집행하게 될 경우, 이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상승할수록 같은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숫자상의 부담을 넘어 국내 금융시장의 달러 조달 비용을 키우고 실질 피해액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이미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250억 달러)의 82%에 달하는 대규모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외환 방어 여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제2의 외환위기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관세협상 타결 '골든타임' 다가와…돌파구 마련에 최선 다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닌 한미 경제관계의 신뢰 회복이 걸린 고비로 보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도 소극적인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한국이 미국에 '믿을 수 있는 통화동맹국'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협상 진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3500억달러 투자와 통화스와프가 맞물린 구조에서 통화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으면 외환 런(FX run)이 발생해 19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며 "관세협상 타결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다. 구 부총리는 이번 회의를 돌파구 마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