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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우빈(36)에게 김은숙 작가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김우빈은 김 작가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고, 떴으니까 말이다. 김 작가가 2012년에 내놓은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사실상 김우빈의 데뷔작이었다. 고등학교 교사인 주인공 서이수(김하늘)의 불량 제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한 그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인상으로 이름을 각인했다. 이듬해 나온 '상속자들'은 김우빈을 같은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끌어올린 드라마다. 흔히 얘기하는 '서브 남주'였던 김우빈은 역시나 이번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자신의 캐릭터를 극 중 가장 사랑 받는 인물로 만들었다. 이후 김우빈은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연달아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12년만에 김우빈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10월3일 공개)로 김 작가와 재회했다. "작가님은 저를 오랜 시간 봐오셨죠. 저를 잘 아세요. 그래서 '김우빈이라면 이렇게 연기할 거다'라고 상상하면서 써주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맞춤 대본 같았달까요. 그러니 준비하는 게 편할 수밖에요." 그는 "대본이 너무 좋아서 한 장면 한 장면 찍어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김우빈을 10여년만에 다시 만나 건넨 캐릭터는 그런데 인간이 아니다. 김우빈이 연기한 건 '알라딘' 같은 작품으로 익숙한 램프의 요정 지니. 김우빈의 지니는 신이 창조한 인간을 경멸하는 존재. 수 천 년 간 인간을 겪으며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악한 존재인지 신에게 증명하려 한다. 그런데 이런 지니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최대한 억제하며 할머니에게 배운대로 선하게 살아가는 가영(수지)을 만나면서 사랑에 빠진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코미디 비중이 큰 로맨틱코미디 정도로 볼 수 있는 작품. 매 작품 유머를 놓치지 않는 김 작가가 작정하고 쓴 코미디 로맨스라고 하면 적당할 듯하다. 김우빈 역시 마음 먹고 코미디 연기를 한다. "작가님의 유머를 정말 좋아해요. 그러면서도 작가님 작품엔 메시지가 있죠. 이번 시리즈 역시 웃음과 함께 다양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다 이루어질지니'가 시청자와 코미디로 소통하는 건 물론 이런 메시지로 소통한다는 게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우빈의 지니는 외모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 발끝까지 길게 늘어뜨린 머리부터 똑단발 헤어 그리고 평소에 김우빈이 즐겨하는 헤어스타일까지 다양한 모습을 오간다. 아방가르드한 의상도 관전 포인트. 김우빈 특유의 능청을 13회 내내 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김 작가의 전작 '더 글로리'의 문동은(송혜교)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자신의 연기했던 '상속자들'의 최영도로 돌아가기도 하며 자신이 이 작품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받았던 대본에 문동은 패러디가 있었는데, 수정본에서 사라진 겁니다. 저만의 문동은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었거든요. 곧바로 작가님께 전화했죠. 작가님은 제가 싫어할 줄 알고 삭제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니라고 했죠. 꼭 하고 싶다고. 그러니까 작가님이 마음껏 해보라고 다시 넣어주셨어요.(웃음)"
이번 작품으로 다시 만난건 김 작가 뿐만이 아니다. 김우빈은 수지와 2016년에 나온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이후 10년만에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그는 "수지와는 성격이 잘 맞아서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쳐다만 봐도 소통이 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거의 10년만에 촬영을 함께했습니다. 그저 반갑고 즐겁더라고요. 친해져야 할 시간이 필요 없으니까 빠르게 집중해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수지씨와는 소통이 원활했어요.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저희가 성격이 비슷하거든요. 디테일이 살아있는 수지씨의 연기도 참 좋더라고요."
'신사의 품격' 이후 12년이 흘렀고 당시 신인배우 한 명에 불과했던 김우빈은 이제 한 작품 전체를 책임지는 스타 배우가 됐다. 다만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물론 현장에 거의 모든 분들이 후배들이라는 건 큰 변화죠. 각 파트 감독님들 빼고는 다 저보다 어리니까요. 당연히 부담감은 있죠. 마음은 막내일 때가 편했어요.(웃음) 하지만 제 일을 열심힌 한다라는 건 달라진 게 없어요. 전 제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동료 스태프와 소통하면서 잘 지내볼 생각입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