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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58)는 변성현 감독과 사이를 이렇게 얘기했다. "평소에 통화를 하는 것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녜요. 그렇다고 영화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사이도 아니죠. 제가 그런 캐릭터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설경구는 자신의 지난 10년을 이렇게 얘기했다. "'불한당' 촬영을 2016년에 했어요. 그러니까 지난 10년은 변성현 감독과 함께한 시간이라는 느낌이 있죠."
그도 그럴 것이 변 감독이 2017년 내놓은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2022년 '킹메이커', 2023년 '길복순' 그리고 이번 '굿뉴스'까지 이 모든 작품에 설경구가 나왔다. 그리고 변 감독과 작업은 설경구 필모그래피에 전환점이자 변곡점이 됐다. 최고의 연기력을 가졌지만 후줄근한 아저씨 이미지에 갇혀 있던 그는 변 감독 영화에 나오면서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새 수식어를 얻었고, 동시에 변 감독을 통해 영화라는 매체에 관한 생각을 바꾸게 됐다.
"변 감독 만나기 전에 저는 고지식했죠. 그래서 '불한당' 처음 촬영할 때 변 감독을 정말 많이 의심했어요. 변 감독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여길 정도였으니까요. 영화는 사실적이어야 하고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판타지는 아예 싫어했어요.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제 시야를 넓혀준 거죠 변 감독이. '킹메이커' 빼면 '굿뉴스'까지 세 작품이 다 판타지네요. 이제 변 감독은 제가 확실하게 믿는 감독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10월17일 공개)에서 연기도 변 감독을 향한 그런 믿음 덕분에 할 수 있었던 거로 보인다. 그는 "캐릭터에 확신이 서지 않고 무언가 완벽하게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했다"면서도 "감독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그가 연기한 '아무개'는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인물이다. 극 중 정체가 불분명한데다가 해결사이면서도 권력의 개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직접 상황 설명을 하는 해설자이면서 동시에 극중 상황을 지켜보는 관찰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어떤 인물과도 어우러지지 못한다. 설경구 말대로 아무개는 "붕 떠있다."
"재밌지 않았어요. 어렵고 불편했죠. 떨어져 나와 있는 캐릭터라고 해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더 정교하게 해야 했으니까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변 감독과는 아무개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하자고 했습니다. 더 연극적으로요. 과장하면서 연기했습니다. 음…아직도 제가 연기를 잘 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다만 감독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림, 그의 계산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정말 그랬고요.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나았달까요."
'굿뉴스'는 1970년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일본 공산주의 무장 단체 적군파가 일본 여객기를 납치해 평양으로 향하려 하자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까지 나서 이를 막으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아무개는 일종의 비밀특수요원. 하이재킹 된 비행기를 남한에 착륙시켜 공을 세우려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을 도와 작전을 세운다. 변 감독은 이 풍자극을 통해 정치와 언론과 대중을 비꼰다. 이와 함께 사실이라는 게 무엇인지 또 진실이라는 건 무엇인지에 관해 고민한다.
다만 설경구는 '굿뉴스'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무 정보 없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실화 바탕인 영화라고 해서 영화를 보기 전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찾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본 뒤에 영화와 사건이 얼마나 유사한지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진실이 어떻고, 사실이 어떻고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서 보면 재미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즐겨보십쇼."
일단 설경구와 변 감독은 결별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변 감독은 일단 변 감독과 결별을 선언했다. 설경구 역시 변 감독과 반복해서 영화를 함께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를 또 찾아주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단 아직까진 결별 상태입니다. 아직 생각이 변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