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중단 후 심장사'도 장기기증 가능해진다…"22대 국회 논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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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중단 후 심장사'도 장기기증 가능해진다…"22대 국회 논의 지원"

장기이식 대기자 늘었지만 뇌사자 기증은 감소
복지부, 수급불균형 해결 위한 첫 종합계획 마련
'DCD 도입' 장기이식법·연명의료결정법 개정 추진
기증자 예우 강화…기증희망 등록 접수처 2배 확대
의료기관 지원 확대…뇌사기증 관리 수가 현실화
장기기증희망등록률 2030년 6.0% 달성 목표로 추진

[나이스데이] 정부가 뇌사자뿐 아니라 연명의료 중단 후 심장사한 사람도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법제화에 나선다.

장기기증 희망등록 접수처 수를 2배 이상 늘리고, 기증자와 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해 발표했다.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전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0년 4만3182명에서 2024년 5만4789명으로 26.9% 증가했다.

그러나 뇌사자 기증은 같은 기간 478명에서 397명으로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 뇌사자 기증은 가족이나 지인의 생체 장기이식 외 유일한 장기이식 방식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장기의 대기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신장이식의 경우 평균 대기기간이 7년 9개월에 달하며, 대기 중 하루 평균 8.5명이 장기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장기기증·이식의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처음으로 기증과 이식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종합대책은 5개 대과제, 12개 세부과제로 구성된다.

대과제 중 하나로 '연명의료 중단자의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 도입이 추진된다.

DCD는 연명의료 중단자가 심장이 멈춘 후 혈액 순환이 완전히 정지한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뇌사자 기증에만 의존하고 있어 심장처럼 생체기증이 불가능한 장기 이식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선 미국과 영국 등이 DCD를 시행 중이며, DCD가 생존 기증자를 제외한 전체 장기기증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는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연명의료중단결정 환자를 대상으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국회엔 이와 관련한 장기이식법,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입법 일정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22대 국회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암이나 감염성 질환자는 뇌사자 기증과 마찬가지로 DCD 방식도 기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희선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암이나 고령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자 외에,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뇌파를 찍기도 어려운 분들 중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하신 경우가 DCD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심장사 판정에 대해 "여러 보조장치를 뗀 상태에서 심장정지 상태가 되면 그때부터 5분 정도 비접촉 시간을 가진 뒤 심장이 재박동되지 않으면 심장사로 인정하고 장기 척출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새로운 장기이식 지정에 대한 필요성도 검토해 장기이식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현재 장기이식법령에 규정된 장기는 신장·간장 등 16종이다.

생명나눔 기증자와 가족에 대한 예우 제도도 강화한다. 그 일환으로 주요 장기이식의료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로비 등에 기증자 현판인 '기억의 벽'을 설치하고, 유족에게 고인을 기릴 수 있는 감사패를 수여한다.

장제비 등 현금성 지원이 합리적인지도 따져본다. 현재 기증 유가족에겐 장제비·의료비가 최대 540만원까지 지원되고 있다.

세계이식학회가 금전적 보상을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대부분 국가는 금전적 보상은 없지만 교통비·숙박비 등 현물지원과 민간 주도 예우 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이에 지원금 기부 활성화, 민간 주도 현물 예우 등 개선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민간 중심인 장기기증 희망등록과 홍보를 건강보험공단,신분증 발급기관 등 공공까지 확대한다. 기증희망등록기관은 2030년까지 904개소 이상으로 지금보다 2배 늘릴 계획이다.

병원 장기이식센터의 인력 부족과 업무 과다 문제 해소를 위해 의료기관 지원과 관리도 강화한다.
뇌사 추정자가 발생할 경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유선이나 문자가 아닌 병원 EMR(전자의무기록)을 통해 쉽게 알리고, 기증 상담과 기증자의 장제 지원 등을 위한 기증원 소속 코디네이터 인력 지원도 적정 시점에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뇌사추정자 상담과 신고 수가, 뇌사기증자 관리료에 대한 적정 보상 수준을 검토해 수가를 현실화한다.

미성년자 기증은 미성년자 의사결정 능력, 자발성을 심층 평가하는 도구를 개발해 기증 승인과정에 참고할 수 있게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성년자 장기 기증을 폐지하거나 제한적으로 승인하도록 하는 방향을 검토한다.

조혈모세포 기증과 관련해선 이식·조정기관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조혈모세포 이식 간접비용 급여화를 추진한다.

현재 8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인체조직 공급도 정비한다. 52.3%에 불과한 인체조직 기증 인지율을 높이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의료기관 조직은행 활성화를 위해 수가 차등 적용 비율 상향을 검토한다.

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 수집 중인 기증자·이식자 관련 정보는 의료기관 부담을 이유로 항목이 최소화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의료보험 청구자료 등 기타 자료 연계를 검토한다.

복지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추진해 작년 3.6%였던 장기기증희망등록률을 2030년까지 6.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백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7.8명에서 11.0명으로, 백만명당 조직기증자는 2.8명에서 3.8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삶의 마지막에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이라는 숭고한 희생을 결심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국가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